교육공학 수업 준비중

Posted by on Aug 17, 2016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교육공학 수업 준비하며 고민하는 것들 (서울비 Lee Jun Seop 님의 도움을 받은 이야기들이 마구 섞여 있습니다.)

1. 파워포인트는 좋은 툴인가?

– 진공상태에서 ‘이 툴은 좋나요?’라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음.

– 이메일은 좋은 툴인가? ->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누구와 소통할 때 좋은 툴인지 물어야 함.

– 하지만 파워포인트가 갖고 있는 내재적 강약점이 없다는 뜻은 아님. 예를 들어 파워포인트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은 강사가 아니라 파워포인트를 보는 경향이 분명히 높아짐.

– 한두 마디라도 넘어가는 경우 학생들의 머리 속에는 ‘왜 저거 안하고 넘어가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음.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의 질문은 대부분 ‘파워포인트 파일 안주시나요?’가 됨. 이건 교사연수나 대학 강의나 비슷.

– 즉, 파워포인트는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나 매체 자체의 성격으로 인해 강사와 학생 사이의 인지 과정에 필연적 변화를 가져오게 됨.

– 이는 타이핑과 손필기의 차이 등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남.

– 따라서 기술을 안다는 것은 기술과 사회적 맥락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기술의 사용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변화를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함.

2. 관계를 매개하는 기술

– 강의를 하다 보면 자신의 삶과 기술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보다는 정답을 주는 ‘사이다’를 원함

– 하지만 다양다종한 문제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일 경우가 많음

3. 기술 리터러시 (Technological literacy)

–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나와 상황간의 관계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vs “어떻게 당면한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것인가?” – 이 문제는 인터넷 시대의 리터러시가 갖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

– 일전에 올린 아래 글이 나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냄.

“긴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요약본을 원한다.
이제 그들의 머리는
‘요약하는 사람들”이 점령한다.

장문을 피하는 것은
단순히 인내력의 문제가 아니며,
긴 글을 읽는 건
사회를 읽는 실천적 행위일지 모른다.

인간은, 세상사는
언제까지나 복잡할 것이기에.”

– 기술을 해법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누군가의 ‘요약’을 바랄 수밖에 없음.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

– 하지만 도구는 인간의 사고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 마인드매핑을 할 때의 인지와, 글을 쓸 때의 인지가 다름.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야 할 때의 인지과정과 학술논문을 써야 할 때의 인지과정이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

– 기술 리터러시는 ‘그저 도구’로서의 기술이 아니라 ‘개인의 사고과정과 사회적 관계의 양태를 변화시키는 매개’로서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해야 함.

4. 기술로서의 언어와 문자

– 우리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면 아마도 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 글이 말에 비해 ‘위대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글과 말을 동원할 때의 사고과정은 현격히 다름.

– Ong, Vygotsky, Frawley 등의 논의에서 드러나는 언어와 문자의 기술적 성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

5. 해법(solution)이 아닌 중재(mediation)으로서의 기술

–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교사들이 원하는 기술은 자신의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 주는 기술. 기술을 대하는 태도가 ‘해결책’이라는 틀에 맞추어져 있음.

– 그러다 보니 이미 모든 것들이 갖추어진 컨텐츠를 찾게 됨.

– 유명 교사들의 커뮤니티에서 ‘이런 자료 없나요?’라는 질문이 대표적인 예.

– 기술은 해법이 아니라 중재. 교육의 다양한 맥락에서 해결책을 준다기 보다는 인지와 상호작용의 양상을 바꾸는 ‘계기’.

–> 결국 영어교육에 대해 공학적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제가 하는 읽기/쓰기/말하기/듣기 수업에서 어떤 도구를 쓰면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언어습득 과정에 개입하는 다양한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문화적 양상들을 철저히 이해하고, 이들의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것임. 이것이 꼭 디지털 기술일 필요는 없음. 때로는 종이와 연필, 포스트잇, 교사의 몸짓 등으로 충분할 수 있음.

– 기술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킴. 하지만 그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교육적이라는 보장은 없음.

– 영어교사는 어디까지 고민할 것인가? 나도 모름. 이번 수업에서 같이 고민해 보자는 것임!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