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

Posted by on Aug 20, 2016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지식과 관련된 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어야만 하고, 주변의 엄청난 장서가/독서가들에게 종종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나는 다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게으름이 첫째 이유요, 읽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엄청나게 느리다는 것이 둘째 이유다. 최근에는 체력의 부족까지 절감한다. (잠시 눈물 좀 닦고)

그래서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와 같은 질문을 던질 자격조건이 있다면 틀림없이 부적격자일 테지만 조금씩이나마 계속 읽고 있는 입장에서 대답을 해보고자 한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기의 유치함을 느꼈는데 졸려서 다시 쓰진 않기로.)

혹자는 책을 통해 많은 지식을 쌓는 것을 중요시한다. 더 많이 알아야 더 똑똑해 질 수 있다면서 말이다. 어떤 이들은 책을 통해 대리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독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혹자는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자기계발에 활용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이 독서라는 주장이다.

모두 나름 일리가 있고,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각자의 관점에서 읽고 각자의 방식대로 느끼고 활용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런데 나의 경우 독서의 가장 큰 목적은 ‘타인의 영향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쯤 되는 듯하다.

내가 믿고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 내 경험에 대한 나의 해석 — 이 모든 것이 점점 견고해지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이가 들어가는데 나이테는 늘지 않는 것은 또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넌 어째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냐?’는 말은 때로 퇴화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최종확인 아닌가?

더 많은 지식이 쌓였는지, 더 많은 이들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많은 역량을 갖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그 반대라 느낄 때도 꽤 많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타인의 지식과 의견, 감정과 목소리의 영향력에 노출될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더 쌓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더 흐트러버릴 수 있어서, 나를 지킬 수 있어서가 아니라 기꺼이 열어보일 수 있어서, 더 잘 써먹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도무지 써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지식을 끝까지 밀어부친 이들의 마음을 슬쩍 엿볼 수 있어서, 그래서 벅차달까.

오늘도 나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읽고 있다. 이 시간, 타인의 야식사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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