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읽기는 늘 ‘사이’에 있다.

Posted by on Aug 24, 2016 in 강의노트,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텍스트 읽기는 (생략된) 텍스트를 쓰고, 이 둘을 비교하여 그 관계를 파악하는 행위다. 텍스트 읽기는 늘 ‘사이’에 있다.”

뭔가 복잡해 보이는데, 이런 거다. 아래 트윗을 이해하는 것은 문장의 구조와 단어에 대한 이해를 훌쩍 넘어서는 일이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생략된 텍스트’의 후보들을 찾아보자. 나는 이들 중 Kelly Clarkson의 “What doesn’t kill you”라는 노래 가사 중 핵심 대목인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를 머릿 속에 써놓았다.

왜 이런 과정이 필요한가? 이 두 텍스트가 서로 조응하고 있다는 사실의 인지 여부에 따라 이해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숨겨진 문장에 담겨 있는 “stronger”는 아래의 “unhealthy”와 조응하며 “unhealthy”의 수사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반의적 관계) 이 배가된 효과는 “dark”가 주는 느낌과 연결된다. (유사한 함의) 숨겨진 텍스트가 드러난 텍스트와 연결되며 의미의 파장이 일어난다.

문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문장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내가 Kelly Clarkson의 노래 대사를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얻어 걸린’ 것.) 보이지 않는 문장을 쓸 수 있는 단서는 동일한 작가일 수도, 비슷한 문법 형식일 수도, 비슷한 의미일 수도, 비슷한 운율일 수도, 비슷한 발음일 수도, 최근의 유행어일 수도 있다.

이를 바흐친의 생각을 빌려 말하자면 어떤 문장도 독립적이지 않으며 특정한 컨텍스트에서 누군가의 입에 올려졌던 말을 가져와 자신(만)의 ‘엑센트’를 부여한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세계에 떠돌고 있는 수많은 목소리가 내 입안에 들어왔다가 튕겨 나간 메아리일 뿐이라는 말이다.(그래서 바로 위에 “만”에 괄호를 넣었다. 세상에 나만의 말이 있긴 한건가?)

그리하여 나의 ‘액센트’는 다음 문장 쯤 될 것 같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ange.”

누군가 이에 대한 또 다른 메아리를 만들어 주길 바라지만… 너무 많은 걸 바라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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