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리터러시다

Posted by on Sep 19, 2016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나는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수십년 후 아무 쓸모 없을 거라는 ‘현자’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 예측은 수십 년 세월을 건너 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다시 말해, “지금 뭘 해봐야 소용 없어”라는 말은 미래의 한 시점에서 수십 년을 돌아보면서 던질만한 ‘후일담’에 가깝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나아가 한 사회는 시간을 건너 뛸 능력이 없다. 경험과 지식은 우리 몸에 차곡 차곡 쌓이고, 그 축적이 권력 관계 속에서 자리잡은 총체가 한 사회의 능력이 된다. 지식의 발전이 그러한 축적 속에서 가능할 뿐이라면, 비약적으로 달라진 세계에 대해 대비하는 방법은 앎의 사회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길 외에는 없다.

지금 제대로 배워야 내일을 준비할 수 있고, 수많은 오늘들이 모여 새로운 시대를 연다. 많은 것들이 뒤집어질 내일을 상정하고 지금의 교육에 절망하기 보다는 지금 고장난 부분들을 조금씩 고쳐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어떡할 거냐고?

읽고 쓰기부터 차근 차근 해보자. 엄청난 데이터가 쏟아져 내리는 울트라메가수퍼빅데이터 시대에 아직도 읽기 쓰기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읽기는 빅데이터의 엑기스에서 정수를 뽑아내는 일이고, 쓰기는 그 정수를 엮어 시대에 맞는 지식을 빚어 내는 일 아니던가? 단순히 데이터의 크기가 아니라 지적 활동의 퀄리티를 본다면 인류가 수백, 수천년 간 연마해 온 리터러시는 그렇게 만만히 볼 활동이 아니다.

소위 ‘인공지능과 알파고 시대’라는데,
나는 ‘다시 리터러시’라고 소심하게 중얼거린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