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스쿨에 대하여

Posted by on Nov 8, 2016 in 강의노트, 링크, 수업자료 | No Comments

주말 동안 <미네르바 스쿨>의 학제와 전공, 교육철학과 접근법을 대략 살펴보았다. 미네르바 대학의 특징을 다음 다섯 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본다.

1. 미국실용주의(American Pragmatism)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아래 Stephen Kosslyn 학장의 강연에서도 언급되듯이 미네르바의 교육은 실용적(practical) 지식을 추구한다.

‘실용적’이라는 말에서 신자유주의적 역량모델을 떠올릴 수 있으나, 미네르바가 말하는 ‘실용’은 전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지식을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식을 위한 지식, 세계를 묘사하고 설명하려는 지식 전달을 넘어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려 한다는 점에서 “쓸모있는 지식”을 추구한다고 봐야 한다. Peirce와 James, Dewey 등이 초석을 닦은 미국 실용주의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한 교육모델로 보인다.

–>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과 미국적 실용주의를 절묘하게 짬뽕해 놓은 듯하다. 미국의 사회경제체제에서 이들이 원하는 ‘실용주의 노선’의 한계는 뚜렷하지만, ‘실용’을 ‘구출’하려는 생각이 엿보인다.

2.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의 기반 위에서 커리큘럼을 구축하였다.

설립을 주도한 Stephen Kosslyn 박사가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 전문가라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전문분야가 심상(mental imagery)과 개개인의 정보처리 특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네르바의 교육방법론이 인지과학에 정초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 인지과학에 정초했다고 하지만, 결국 각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자들의 전공과 경험에 따라 수업이 달라질 것이다. 암튼, 이와 비슷한 논지는 저명한 인지과학자인 Roger Carl Schank의 <Teaching Minds: How Cognitive Science Can Save Our Schools>에서 살펴볼 수 있다. Schank 박사의 논리는 인지과학의 틀 위에서 교육의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3. 글로벌 시민 양성 –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수많은 대학들이 세계시민 양성 구호를 외쳐왔다. 미네르바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매학기 세계 각처의 도시로 이동하며 학부를 마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정규 교과는 대부분 화상강의로 이루어지지만 개별 도시에서 수행할 수 있는 교육 및 자원활동을 디자인해 놓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서울, 런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벵갈루루, 베를린 등에 거점이 있다.

–> 8학기 동안 세계를 돌면서 공부하는 거, 괜찮은 거 같다. 돈이 좀 많이 들겠지만… 찾아보니 미국 사립대학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고 한다. (첨부한 그림 참조)

4. 핵심역량 – 전통적 분과학문 중심주의를 넘어선다.

미네르바는 전통적인 분과학문체계를 넘어서는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 두 가지 개념적 도구(conceptual tools)를 동원한다. 각각은 기초개념(Foundational Concepts), 마음의 습관(Habits of Mind)으로 불린다.

각 강의는 특정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지식 체계를 비판적으로 종합, 분석해 낼 수 있는 기본 개념들 및 일련의 자동화된 사고방식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미네르바의 교육목표 중 하나가 “폭넓게 사고하는 인재(Broad Thinkers)” 양성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울러 복잡계 시스템이 학부 전공 중 하나로 떡 들어가 있었다는 점도 신선했다.

–> 분석도구를 풍부하게 쥐어주는 건 아주 좋다. 다만 도구가 사고를 압도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라지진 않는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온 세계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도 있잖은가.

5. 기술의 활용 – 웹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지만, 교수학습의 핵심 프로세스에 집중한다.

미네르바의 정규수업은 웹상에서 이루지고, 다양한 기술이 동원된다. 하지만 기술 활용은 교수학습의 핵심 요구사항에 집중된다.

미네르바가 강조하는 학습은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사고, 표현, 토론, 피드백 등이 끊이지 않는 형태다. 필요한 경우 전체 강의 모드에서 조별 토론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고, 즉석해서 협업문서를 만들어 작업할 수 있다. 강사의 피드백은 개개인을 타겟으로 한다.

사실 이 모든 활동은 전혀 새롭지 않다. 미네르바의 기술 사용은 이같이 핵심적인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데 한정된다. “웹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지만, 교수학습의 핵심 프로세스에 집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술을 통해 전통적 강의식 수업의 단점을 극복하고 면대면의 강점을 최대화하는 방식이다.

–> 능동적 학습에 적합한 학생들은 괜찮지만 흔히 말하는 내향적 인간들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가끔 장난스럽게 쓰는 말 ‘전형적인 미국적 나댐(Typical American assertiveness)’에 적합한 수업 및 평가방식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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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논의는 미네르바 대학측의 설명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학습자들과 교수자들의 평가는 어떤지 알지 못한다. 이 새로운 실험의 성공 여부는 졸업생이 사회에 나올 때쯤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적어도 뭔가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전통적 교육의 틀을 깨고 나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1) 미네르바스쿨의 웹사이트를 둘러본 후 (2) 아래 링크의 강연을 시청하시길 권한다.

(1) 미네르바 대학 홈페이지

https://www.minerva.kgi.edu/

(2) 미네르바 설립을 주도하고 커리큘럼의 뼈대를 짠 Stephen Kosslyn 박사의 버클리대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5-NRAg0_y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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