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피우고 가세요

Posted by on Nov 11, 2016 in 수업자료, 일상 | No Comments

집에서 나오는데 주차장 구석에서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십대 남자 셋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 친구와 눈이 마주친다. 흠칫 놀란 나는 고개를 돌린다. 요즘 아이들 무섭다잖은가. 그래도 순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다시 그리로 고개를 돌린다.

“담배 피우시는 건 좋은데 그쪽에서 피면 창문으로 연기가 다 들어와요.” (사실 담배 피우는 건 안좋다. 무지 안좋다.)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구가 담배를 든 오른 손을 번쩍 들며 우렁차게 이야기한다.

“죄송합니다! 이거까지만 피우고 가겠습니다!”
“(꼬리를 내리며) 네.” (근데 저 명랑함은 뭐지? 담배의 효과인가?)

이내 고개를 숙여 배꼽인사를 하는 친구.

“안녕히 가세요!”

나도 얼떨결에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네. 잘 피우고 가세요!”

아니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잘 피우고라니, 잘 피우고라니… ㅠㅠ
목례를 하며 한 말이 고작
“잘 피우고 가세요.”라니.

때론 내가 말을 하는 건지 상황이 말을 빚어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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