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쉬운 삶이 필요하다

Posted by on Nov 11, 2016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택시를 탔다. 구수한 목소리의 상냥톤 “안녕하세요”, 대번에 마음이 놓인다. (많이 타지도 않는 택시인데 괴로운 때가 얼마나 많은지.)

나: OO역 사거리 지나서 바로 세워주세요.
기사님: 여기서 직진하면 되는 건가요?
나: 아 네네. 바로 가시면 사거리 나오거든요. 그냥 직진하시면 됩니다.
기사님: 이게 참… 2년 가까이 했는데 아직도 멀리 오면 길이 긴가민가 하네요.
나: 아 길 익히는 게 젤 어렵죠.
기사님: 그러게, 이게 정말 쉽지가 않아요.
나: 쉬운 게 정말 하나도 없죠. 게다가 새로운 일 하시니…
기사님: 뭐 인생이 쉽기만 하면 밋밋하고 재미가 없죠.
나: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기사님: 그래도 최순실이는 20년 넘게 참 쉽게 살았겠어요.
나: ㅎㅎㅎ 네.
기사님: 그냥 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앞에서 벌벌 떨고…
나: 그랬겠죠. 근데 이젠 그리 못하겠죠.
기사님: 우리같은 사람들은 밥 1-2만원 짜리 먹어도 손이 떨리는데 딸한테 한달 용돈을 천만원 씩이나 줬다니까…
나: 아 그랬나요?
기사님: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이젠 뭐 감옥에서 좀 있어야지.
나: 그렇죠. 검찰이 제대로 해야 될텐데.
기사님: 진짜 제대로 해서 죄지은 사람들 좀 싹다 넣었으면 좋겠는데.
나: 그렇게 쉽게 되진 않겠죠.
기사님: 그렇겠죠. 그래도 바랄 수는 있는 거니까.

세상 일 쉽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딴에는 나름 힘들다고 하겠지만
그런 걸 힘들다고 하는 게
법 위의 특권이며
평범한 삶에 대한 모독이며
수많은 이들에 대한 착취임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세상에 쉬운 일만 있으면
뭐가 재미있겠냐는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어떤 뜻인지도 알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좀더 쉬운 삶이 필요하다.

그렇게 쉬운 삶을 방해하는 조직을
모두의 힘으로 걷어낼 때다.

그것을 거두어 내어도
삶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라를 우롱하는 자들의 쉬운 삶은
조금 줄어들겠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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