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의 강점이 빛나는 대목 몇 가지

Posted by on Nov 23, 2016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1.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 손석희 앵커는 뉴스 곳곳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로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넘어 사건의 배경과 진행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짚는다. 이처럼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보다가 사실만 툭툭 던지는 뉴스를 보면 밍밍하기 그지없다.

2. 대화적 진행 – 손석희 앵커는 혼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팩트에 기반한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뉴스를 ‘연설’ 포맷이 아닌 ‘대화’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3. 대화를 구성함에 있어서 “…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물론 …는 좀더 봐야 되겠습니다만”, “음… 그런가요?” “일단 알겠습니다” “…는 어떨까요?” 등의 표현을 통해 뉴스의 본질 즉 ‘관점에 기반한 팩트의 구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화를 통한 뉴스 전개는 시청자를 대화상대로 끌어들이는 듯한 효과를 낸다.

4. 팩트체크 – 매일 팩트체크 코너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내가 주목하는 것은 스타일 연출에 있어서의 디테일이다.

오대영 기자는 늘 셔츠를 팔목까지 걷어 입고 나온다. 뭔가 해보겠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소매를 걷어붙이다’라는 말은 적극적으로 어떤 일에 임하는 모습을 뜻하지 않나?

또한 다른 기자들에 비해 화면을 가리키거나 역동적인 제스처를 쓰는 경우도 많다. 강세를 준 말투도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일련의 스타일은 ‘팩트체크’라는 코너의 성격과 맞물려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5. 시청자의 ‘선택’ – ’11월 23일’ – 사진, 말, 인물, SNS 등의 아이콘 등이 등장하고 이것을 클릭하는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제공하여 시청자들이 선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늘은 뭘까?’ 은근 기대도 하게 된다.

6. 앵커브리핑 – 내가 보기에 앵커브리핑은 뉴스룸에서에서 튀는 별도 코너가 아니라 전체 내러티브의 중심축이다. 하루 하루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를 나열하기도 벅찬데 앵커브리핑의 주제를 잡는 게 얼마나 힘들까 생각도 들지만, 뒤집어 보면 앵커브리핑으로 중심을 잡고 다른 것을 배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7. 언어를 유심히 관찰하는 입장에서 앵커브리핑의 가장 큰 강점은 특정 단어를 ‘개념어’로 다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국심’, ‘여리박빙’, ‘수치심’, ‘가드독’ ‘바보’ 등의 단어를 던지고 이의 사전적 의미와 일상적 의미, 그리고 현재 정세에서의 의미를 엮어내는 식이다. 한 단어가 담고 있는 세계를 실타래처럼 풀어내면서 문제의 본질을 보여줌과 동시에 시청자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얻어내는 방식. 손석희 앵커의 능력과 오랜 경험이 가장 빛나는 대목 아닌가 싶다.

덧: 최근 뉴스룸은 사실과 관점, 스타일과 내러티브까지 챙기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데… 모두 성공하고 있다! 게다가 전략적 팩트 분산 기법까지 완벽하게 시전중. 다음에 한국판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 + 웨스트 윙 + 뉴스룸>쯤 되는 드라마 찍어도 될 듯. 물론 그 전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역사의 심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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