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관사 – 사소한 것 몇 가지 3

최상급에는 왜 늘 “the”가 붙을까?

1. “The same”으로 정관사 이해하기

‘같은’의 의미를 나타내는 ‘same’ 앞에는 정관사 ‘the’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이걸 생각해 보면 ‘특정할 수 있는 개념에 대해 정관사를 사용한다’는 문장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같다’라는 말을 쓰려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개체/개념을 상정해야 합니다. “똑같다”는 말을 하나의 대상에 적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A랑 B랑 똑같네”는 말이 되지만, “A랑 A랑 똑같네”는 말이 안되죠. (여기에서는 일상어의 사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아이덴티티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제외하도록 하죠. ^^)

2. 그렇기에 ‘똑같은’이라는 말을 하려면 앞에 어떤 대상이 언급되거나 문맥상 특정한 개념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저와 제 친구가 한 카페에 간 상황입니다.

#1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카페라떼 주세요.
친구: 같은 걸로 주세요.

괜찮은 것 같죠? 점원은 제가 카페라테를 주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친구가 말한 ‘같은 걸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은 어떨까요?

#2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같은 걸로 주세요.
점원: ???
친구: ???

제가 다짜고짜 ‘같은 걸로’라고 말하면 점원이 분명 황당해 할 것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도 놀라겠죠. 둘다 ‘같은 거라니? 니가 처음 준비하는 거잖아?’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같은 걸로’라고 말해도 괜찮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자주 가는 카페의 점원이 제가 겨울에 카페라테를 자주 마신다는 걸 아는 상황이죠. 이때 대화상으로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점원과 제가 소통한 역사 속에서 ‘같은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3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같은 걸로 주세요.
점원: 네. (‘저 놈 참 꾸준히 라테를 먹는군’이라고 생각하며, 옆 바리스타에게 “카페라테 하나!”)

3. 영어로 다시 돌아와 보죠. “the same”이 항상 “the same”일 수밖에 없는 것은 “same”의 기준이 되는 대상이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ame”이 특정한 대상을 가리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the”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The poet moved to France in 1998. She won the prize the same year.” (시인은 1998년도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같은 해에 상을 받았다.) – 이 문장에서 the same year는 당연히 1998년을 가리킵니다. “Same year”가 가리키는 대상이 명확하므로, 다시 말해 “same year”가 특정한 해를 가리키므로 정관사 “the”가 필요한 것이죠.

4. 학교에서 배운 규칙 중에서 “최상급 앞에는 the 붙여!”가 있죠. 그렇다면 왜 최상급 앞에는 the가 필요할까요? 위에서 ‘the same N’를 설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최상급 앞에 오는 the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최상급의 경우 말 그대로 ‘최상’인 개체를 콕 짚어 지칭합니다. 즉, 최상급으로 수식되는 명사는 특정한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She is the tallest girl in her class.”을 봅시다. 한 반에 키가 가장 큰 사람은 한 명 밖에는 없고, 따라서 ‘tallest girl’은 언제나 특정(specify)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관사, 즉 정관사(definite article)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키가 완전히 똑같아서 ‘키가 가장 큰 학생’이 두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상정하는 ‘최상’의 개념은 이런 예외적인 경우까지 포괄하진 않습니다. “She is one of the two tallest girls in her class.”이라고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the tallest girl”이라고 하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5. 이같은 논리로 설명 가능한 문구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the following …” 입니다. 학술논문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 중에 “in the following”이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in the following section”과 같이 뒤에 명사가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 “the following”과 같이 정관사와 함께 쓰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위의 예들을 다시 살펴보시면 쉽게 대답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The following”을 독립적으로 쓰든 뒤에 section이나 statement가 나오든간에 “following ~”은 독자가 콕 짚어서 알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전자/후자’를 나타내는 표현이 왜 “the former/the latter’인지도 이해하실 수 있겠죠? 문장 내에서 전자와 후자라는 표현은 언제나 특정한 대상을 지칭합니다. 따라서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을 나타내는 정관사 the의 수식이 필요한 것이죠.

#관사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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