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머리 없는 것’의 정치학

Posted by on Jan 11,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아무리 힘들어도 그 자리에서 그러면 안되지. 자격이 없네.”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나?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완벽해?”라며 ‘공감능력’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사회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인정(人情)’을 앞세워 범죄를 묵인하는 행위는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아니라 자신과 주변인들이 언젠가 행사하게 될 권력에 대한 무조건적 정당화다. 여기에서 ‘정’은 1%에 공감하고 복무함으로써 99%를 비합리적 다수로 매도하는 역할을 한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 못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일이 개인간의 관계로 엮인다. ‘인정’이 법률 위의 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인정머리 없는 인간 같으니라구”는 강력한 이데올로기 공세로 상대의 인격을 시궁창에 처박는다. 인정이 이성을 압도한다.

나는 여기에서 ‘유사중산층’적 태도를 발견한다. 중산층이 아니고, 중산층에 진입할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에 철저히 반하는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처럼, 적지 않은 이들이 권력가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권좌에 앉은 자신을 상상한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무시하거나 타인의 현재를 나의 미래와 혼동하지 않게 된 것은 그저 운이 좋았던 탓이다. 그러한 운의 파이를 키우는 게 정치와 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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