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아줌마

Posted by on Feb 8, 2017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전화를 받자 마자 대뜸 날아온 질문.

“우야, 포켓몬이 뭐냐?”
“네? 왠일로 ㅎㅎㅎㅎㅎㅎㅎ”
“지난 번에 욱이 집에 갔을 때 본 거냐?”
“네. 애들이 카드 모으는 거, 그게 포켓몬이예요.”
“그니까 그 노란 색으로 된 거 병아린지 토낀지 그거 말하는 건가?”
“아 그건 피카츄구요. 그게 포켓몬이라는 데 나오는 엄청 많은 캐릭터 중에 하나예요. 원래 만화였어요.”
“아 엄청 많은 거야? 그게 속초에서만 되다가 이제 다 되는 거 그거지?”
“네네. 처음에는 속초에서만 게임이 되어서 사람들 엄청 갔었죠. 이젠 전국 다 돼요.”
“전에 그거 그린 사람 이야기 했잖아. 다시 한번 해봐. 뭐, 몸이 안좋았다고?”
“네네. 몸이 안좋았고, 되게 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자연하고 친했대요. 곤충같은 것도 많이 보러 다니고… 근데 곤충이나 동물하고 논 경험을 가지고 별별 특이한 애들을 그린 거죠. 신기한 것들.”
“혼자 놀다가 그런 데 빠진 건가?”
“그런 거 같아요. 근데 자기가 그렇게 살다 보니 다른 사람도 이런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재밌으니까.”
“그러게 난리더라. 어젠 보니까 최순실 뉴스보다 더 많이 나와.”
“그렇게 많이 나왔어요?”
“채널 돌릴 때마다 나와서 놀랐네. 근데 사고 위험도 높다면서? 잘못하다 큰일나겠더라.”
“조심해야죠. 근데 저는 안해요. ㅎㅎ”
“그래? 하지 마라. 재미는 있나 모르겠는데… 운전하다가 그거 하는 사람들 너무 위험해 보이더라. 운전할 때는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게임만 콕 집어서 못하게 하긴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런가? 아무튼 운전할 땐 안해야지.”
“그래야죠.”
“이거 저거 너무 많이 물어봤나?”
“아뇨, 그런 건 아닌데, 포켓몬고가 유행은 유행인가 봐요. 어머니까지 질문을 다 하시고.”
“아 자식들하고 같이 살았을 때는 똑똑한 아줌마였는데, 따로 산 지 좀 됐더니 무식해졌네.”
“뭐 몰라도 되는 건데요…”
“그래도…”

 

===

전화를 끊었다.

“자식들하고 같이 살 땐 똑똑한 아줌마였는데”라는 말이 마음을 자꾸 찔러댔다. 어차피 같이 살 것도 아니면서 뭐가 그리 아프냐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뉴스에서 ‘보라매공원이 포켓몬고의 ‘성지’가 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날이 따뜻해지면 어머니가 또 한 마디 하실 것 같다.

‘그게 뭐라고 공원에 사람이 미어 터지냐.’

20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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