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재정립하는 글쓰기 교육

교육과정에서 쓰기는 말하기와 함께 “표현기능”으로 분류됩니다. 사고가 외부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밀어내기(ex-pression)’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쓰기, 그 중에서도 학술적 글쓰기는 흔히 말하는 <경청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매우 효율적인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글쓰기 전문가들은 학술적 글쓰기를 설명할 때 “대화에 참여하기”(join the conversation)라는 비유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학술적 글쓰기가 대화를 새로 시작한다기 보다는 기존의 대화에 끼어드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 잘 끼어들기 위한 지름길 같은 건 없습니다. 지식과 견문이 탁월하다 해도 일단 유심히 들어야만 대화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적재 적소에 필요한 말을 보태려면 대화의 소재, 길이, 흐름, 규칙, 전개방향, 형식, 대화자들의 성향, 유머 코드, 격식의 수준 등에 대해 민감해야 하죠. ‘있어보이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하구요.

이런 면에서 글쓰기는 단지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공동체의 생각을 경청하고 종합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나의 생각과 그들의 생각을 대치시키는 작업이 아니라, 대화의 흐름 속에 나의 자리를 잡는 과정, 담론과 논쟁에 내 작은 목소리 하나 더하는 행위인 것이죠. 사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영화배우들이 수상 소감에서 하는 말처럼 “저는 한 거 없습니다. 그냥 다 차려진 밥상에 밥숟가락 하나 놨을 뿐이죠. 여러 동료 연구자, 작가분들 참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구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내 지식이 참 작고 보잘것 없다는 것을 금새 깨닫습니다. 글쓰기 공부를 통해 배운 건 글쓰기의 본령이 개인의 독창적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생각과 내 생각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글쓰기는 경청과 겸손을 가르치는 데 참 좋은 도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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