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자유로움으로 가: 한 택시 기사와의 대화

Posted by on Feb 14, 2017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해 준 건 손님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한 택시기사와의 대화였다.

종각에서 집까지 오는 길, 오랜만에 택시를 탔다.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택시기사는 30초 쯤 이메일을 읽고 고개를 든 내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울랄라 세션 임윤택 씨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들으셨어요?”
“네. 들었어요. 안타깝죠.”
“네. 정말 슬프더라구요. 대단한 뮤지션이었는데. 사실 병세 악화 기사 같은 것도 안떠서 괜찮은가보다 했는데… 너무 아깝죠?”
“네. 음악 참 좋았었는데…”

나는 말끝을 흐렸다. 잠시 침묵. 그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수퍼스타 K 나왔을 때 정말 대단했었거든요. 아마추어라 믿을 수 없었죠.”
“네… 그런데 너무 쓸쓸히 갔네요. 그렇게 사랑받던 분이 가니 더 쓸쓸한 거 같아요. 무엇보다 너무 젊죠.”
“네. 유재하도 김광석도 그렇게 너무 일찍 갔죠. 휴우…”
“그렇죠.”

그의 한숨에선 진짜 “휴우” 소리가 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 좋아하던 뮤지션의 죽음에 대해 깊이 아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그래도 김광석씨는 돌아가시기 전에 한 20분 정도 일대 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그때 롯데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거든요. 조인트 콘서트를 했는데 김광석, 장혜진, 이오공감이 같이 왔어요. 김광석씨 부인되시는 분이랑 같이 오셨는데… 준비 다 하시고 시간이 좀 남아서 무대 뒤에서 이십 분 쯤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죠. 도저히 믿기질 않았어요.”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땐 라디오를 끼고 살았어요. 좋아하던 가수가 많은데, 김광석 유재하는 당연히 좋아하고요. 동물원을 정말 좋아했어요. 1집과 5-1, 5-2를 특히 좋아했죠. <주말 보내기> 같은 노래 참 특이하고 좋았는데.”

나도 맞장구를 쳤다.

“동물원 좋죠. 저도 참 좋아해요. 그러고 보니 저랑 듣고 자란 음악이 비슷하네요. <잊혀지는 것> 너무 좋지 않나요?”

“아, 진짜 좋죠. (이 아저씨, 이제 아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정말 좋아요. 다른 멤버들 노래도 좋지만 저는 김창기씨 노래가 제일 좋아요. 혹시 우리노래 전시회에 실렸던, (나와 거의 동시에!)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 아, 아시네요? (함께) ㅎㅎㅎㅎㅎ”

이 분, 음악을 나보다 더 진지하게 좋아하신다. DJ를 하면서 노래까지 불러주시고! 예전 뮤지션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듀스, 이소라, 조동익, 이소라… ‘모래시계’로 활동했던 천성일과 정연준이 노이즈와 업타운으로 활동했던 이야기. 김창기의 노래들에 나오는 ‘그녀’는 오로지 한 사람이라는 것. 김광진의 편지 뒷이야기. 내리기 바로 전 그가 내게 건넨 이야기는 김현철 1집 이야기였다.

“김현철 1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형>이예요. 그게 조동익을 생각하면서 썼다는 거 아세요?”

아쉽게도 목적지에 다 왔다. 택시 기사랑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내리길 주저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아, 저 메타기 끄고 저랑 음악 이야기 좀더 하시면 안될까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ㅠㅠ

“아 그랬군요. 그게 조동익이었군요. 근데 저 앞에서 세워주세요.”

“네. (차를 댄다.) 여기에서 세워드리면 되나요?”

“네네.” (사실 조금 더 왔다. ㅠㅠ)

내릴 때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가 인사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도 밝게 인사한다. 생각 같아서는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싶지만 그냥 인사로.
“이렇게 재미있게 택시타고 오긴 처음이네요. 기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네네. 안녕히 가세요.”

택시에서 내려 중얼거린다.

“<형>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제가 살면서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막내 동생의 피아노 반주에 둘째가 불러준 노래거든요. 들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죠.”

그와 내가 좋아하는 김창기의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와 김현철의 <형>을 듣는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김창기의 노래를 불러주던 또래 택시기사. 마음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20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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