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적 느낌” 소고

Posted by on Feb 21,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20세기 후반 심리학사의 주요 개념 중 하나로 John H. Flavell 등에 의해 명명된 상위인지(metacognition)가 있는데, meta와 cognition이 합쳐진 말로 메타+사고로 분석된다. 형이상학(metaphysics)이라는 단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듯이 ‘meta-‘는 ‘위에 존재한다’는 의미. 따라서 메타인지는 생각 위의 생각, 생각을 재료로 하는 생각, 생각을 하위요소로 거느리는 생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내용을 배우는 과정에서 한 생각을 복기하고, 이들 생각의 관계나 구조를 분석해 낸다면 일종의 메타인지 과업을 수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자주 보이는 “느낌적 느낌”이란 말도 있다. 말 그대로 풀어보자면 뭔가 느껴지는데, 이게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느낀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메타-인지가 아니라 메타-정서에 가깝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메타-정서의 대상이 되는 느낌이 상위의 정서에 의해 완벽히 포섭되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적(的)’이라는 접미사가 이와 같은 의미를 표현해 내고 있다. 논리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이 또한 생각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느낌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고, 그나마 딱 느낌이라고 부르긴 좀 그런, 느낌 비스무레한 거라는 말이다.

정리하면 ‘느낌적 느낌’은 (1) 뭔가 느껴지긴 하는데, (2) 느낌이 있다는 걸 안다기 보다는 느끼고 있으며, (3) 그 느낌 마저 ‘느낌的’이어서 손에서 스르르 흘러내리는 모래와도 같이 붙잡을 수 없다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별 쓰잘데기 없는 내용 같지만 살면서 타인에 대한 메타인지 혹은 메타정서가 강렬하고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가족간의 관계에서 상대의 기분이나 생각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야 하니 말이다. 실제 학술용어로 meta-emotion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에 대한 감정을 의미하는데, 주로 부모들의 정서와 관련되어 논의되어 왔다고 한다. (아래 위키 문서 참고)

또한 이 둘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연애를 하다가 ‘차인’ 사람들이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자신의 감정, 상대방의 생각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런 감정이나 생각에 휩싸인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과 감정 등으로 (생각+느낌)의 세제곱, 네제곱, 수십제곱, 수억제곱의 미궁에 빠져들어 폐인의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써놓고 보니 이 모든 이야기가 아무 영양가도 없을 거라는 느낌적 느낌이 강하게 든다. 느낌적 느낌이 ‘강하다’ 표현했으니 이는 메타정서 위에 존재하는 상위인지라고 할 수 있으려나?

https://en.wikipedia.org/wiki/Meta-emotion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