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가 난리에요, 난리.”

Posted by on Mar 9, 2017 in 단상, 일상 | One Comment

순간의 선택이 앞으로 십오 분을 즐거운 대화로도, 생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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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택시 얘기다. 기사가 던지는 말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싼 택시의 장점을 홀라당 날려버리고, 원투펀치까지 맞은 뒤 그로기상태로 내릴 수 있다.

보통은 나이대+인상+말투에서 기사분의 성향이 대번에 파악된다. 하지만 오늘은 참으로 아리까리하다. 일부러 한참 뜸을 들인 뒤 애매한 답을 슬쩍 던진다.

“뭐… 정치인들이 잘못해서 국민들이 고생하는 거죠.”

어찌 나오시느냐에 따라 침묵/대화모드를 결정한다. 이제 기사아저씨 차례.

“그쵸? 정치인들이 잘못하는 거죠?” (나: 어? 나름 대화 가능)
“네네. 그렇죠.”
“이게 탄핵이 통과되도 안통과되도 문제예요.” (아직 맘 못놓음. 정신 꽉붙들어야 함.)
“……”
“난 그 나이든 정치인들 싹다 쓸어버렸으면 좋겠어.” (오!)
“아 왜요?”
“그 왜 4선했다, 5선했다 자랑하는 국회의원들있잖아. 그 인간들이 4선 5선 할 동안 뭘 한거야? 부끄러워 해야 되는데, 부끄럽다 잘못했다 하는 놈이 하나도 없고.” (침튀기며 반말모드로!)
“그러네요.
“그렇게 오래 해먹고 나라가 이모양이면 ‘잘못했습니다. 이제 정치 그만하겠습니다’ 해야 되는 건데, 그런 놈이 하나라도 있냐고.”
“안타깝죠. 반성하는 사람은 없고 그냥 정치가 자기 밥벌이라고 생각하니.”
“국회의원도 30대 40대가 다 하면 좋겠어. 한 마흔 다섯 정도까지만 딱 잘라서.”
“ㅎㅎㅎ 기사님 생각이 젊으시네요.” (쓱 보기에 기사님 나이는 60 언저리)
“젊은 게 아니라 이거 나라가 너무 어지럽잖아. 나이든 사람이 수십 년 했는데 이 모양 이꼴이니. 확 바꿔야지. 투표권도 너무 나이 많으면 안주면 좋겠어.”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십여 분.

“저기 쓰레기통 옆에서 내려주세요.”
“어어 그래요.”
“대화 고맙습니다.”
“나도 고마워요.”

그렇게 해피엔딩.

국회의원 할 생각도 없었지만 (능력은 되나? 피식) 기사분 말대로라면 이제 할 수도 없다.

근데 나 왜 하필 쓰레기통 옆에서 내려달라고 한 거냐.

1 Comment

  1. ㅅㅍㄹㅇ
    March 13, 2017

    무의식적으로 포크배럴을 생각하신걸겁니…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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