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단상

Posted by on Mar 27, 2017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누군가를 열렬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에 관심없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열렬히 지지하는 것만으로 정치적 공헌을 하는 것도 아니다.

2. 카리스마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차이는 단지 선거전략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권력 전반에 대한 감수성에서 기인한다.

3. 선거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다. 당연히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 인물이 만들어 낼 시스템에 대한 엄밀한 검토 위에서만 유효하다. 선거는 인물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을 위한 인물을 선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4. 서로 박터지게 싸우지 않는 것도 좋지만, 박터지게 싸우면서도 뭔가 근사한 걸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다. 유권자들은 허허실실 웃는 모습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세력을 신뢰하게 되어 있다.

5. 막말을 하지 말자며 막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인다. 때로는 어조(tone)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6. 이 정도 조건이면 좀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제안들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아니 나와야만 하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 시민들이 고작 이거 보자고 긴긴 겨울을 악물고 버텼나.

7. 5월 9일 이후의 정치에서 민주주의는 좀더 강해질 수 있을까? ‘좀더 기다려’라는 대답만을 들어왔던 이들이 웃으면서 뛰쳐나올 수 있을까?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쉴 수 있을까?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평등과 편견에 맞선 여성과 성소수자들은 더 또렷한 목소리를 얻게 될까? 갈곳도 없이 망가지는 몸을 눈물 흘리며 볼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은 희미한 미소라도 지을 수 있을까?

우린 과연 다 가진자들의 놀이동산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억눌렸던 목소리들의 우렁찬 함성같은 민주주의를 만날 수 있을까?

8. 선거,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세계로의 관문일 뿐이다. 이 문이 180도 회전문이 되질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겠느냐만 함께 걷는 이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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