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용론, 진실, 그리고 정치

Posted by on Apr 29, 2017 in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화용론(맥락과 상대에 따라 말을 사용하는 법)의 기본 전제는 대화자들이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다. 사실 계속 말을 바꾸거나 진실을 외면하는 상대와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러 상대를 속이지 않는다”는 그 누구와 대화하더라도 지켜야 할 기본적 원리가 된다.

인간이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체득한 원리는 거짓말에 대한 민감성과 분노로 나타난다. 극단적인 경우 거짓말을 한 상대와 대화를 아예 끊어버리기도 한다. 언어습득을 통한 사회화 과정은 대화의 진실성에 대한 암묵적 지식을 형성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정치에서는 이 원칙이 완벽하게 깨진다. 대화에서의 진실에 기반한 협력원리(cooperative principle)는 그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진실은 전략의 하위어로 전락한다.

시민이 넘어야 할 것은 타 정치세력이기도 하지만 진실을 철저히 도구로 삼는 정치문화이기도 하다. 특정한 정치세력을 넘어서는 것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충돌할 때가 있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태도를 견지하지 않고 정치를 바꾸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지지자이기 이전에 시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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