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의 ‘빽 투더 적폐’ 움직임을 보며

Posted by on May 2, 2017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대선을 지나며 우리는 ‘태극기 집회’와 ‘보수의 철옹성’에서 탈출한 사람들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까? 변화하는 정치지형에서 이들은 어떤 정체성을 형성(해야)할 것인가? 나는 이것이 현 대선이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 유승민은 ‘건강한 보수’, ‘따뜻한 보수’, 혹은 ‘진짜 보수’와 같은 명칭을 사용했던 것 같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분당의 명분이 된 지점에서 자유한국당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이다.

3. 이는 비단 유승민 후보만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타 후보들도 극우적이고 반지성적 행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투표행위를 넘어서는 역사적 관점에서 추동하고, 이들 주체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호명해 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광장의 촛불이 박근혜와 일당들을 감옥으로 보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일 뿐, 개개인의 정치적 지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내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4. 물론 새마을 운동과 박정희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이들은 ‘묻지마 투표’ 행태를 결코 버리지 못한다(라고 쓰고 ‘않는다’라고 읽는다).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이들 중 다수는 ‘종북좌파’라는 말 한마디 만으로도 몸서리를 칠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자식들의 간청에 져주는 시늉을 할 것이고, 일부는 ‘이번 한 번만’이라고 되뇌며 예전과는 다른 성향의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며, 일부는 진짜 마음을 바꿀 것이다.

5. 이렇게 변화의 징후가 되는 이들의 역할은 중대하다. 작은 변화라도 큰 파장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록 소수일지라도 이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한다. 이들이 만들어 낼 작지만 의미심장한 파장을 증폭하여 한국사회 정치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전략이 절실한 때인 것이다.

6. 생각해 보자.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던 이들이, 단 한번도 자리를 바꾸지 않았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마어마한 변화 아닌가.

7. 얼마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 ‘적폐’에서 등을 돌린 이들의 모습에, ‘우리편’이 아니라’ 역사의 편’이 된 사람들의 모습에 박수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빈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리자들은 그렇게 변화한 사람들, 또 그 변화를 이끌어 낸 주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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