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이별

Posted by on May 19, 2017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전화가 왔다. 짧은 통화. 3년 3개월 째 이어져 온 관계는 그렇게 툭 끊겼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지역 어린이 도서관의 문을 두드린 것은 2014년 3월이었다. 세 명으로 운영되던 초등 5학년 영어교실은 새로운 선생님을 찾고 있었다.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고, 좋은 기회라 생각해 큰 고민 없이 지원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학생들을 만났다.

초기에 한 명의 학생이 떠났다. 오늘 남은 두 명의 어머니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첫 통화. 3년 2개월 여 만에 처음 듣는 목소리다.

“선생님, 너무 감사한데 저희 OO이가 이제 그만 가고 싶다네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학교 끝나고 바로 집으로 오고 싶대요.”

“아… 네… 뭐 특별히 힘들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런 건 전혀 없구요. 선생님도 재미있게 잘 가르쳐 주셨다고 하는데 이제 영어는 그냥 좀 안하고 싶다고 하네요.”

“네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갑자기 말씀드리게 되어서 죄송해요.”

“아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럴 수 있죠.”

“네네. 워낙 귀찮은 게 많은 아이라.”

“예… 잘 알겠습니다. 담에 언제 다시 볼 날이 있겠죠.”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계십시오.”

잠시 후 다른 학생의 어머니와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분이 몇 년만에 연락을 하셨다고, 자신의 아이도 이제 수업을 그만 했으면 한다 했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통보. 조금 어지러운 마음. 3년 여의 만남을 기록한 대화 몇을 들추어 본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하지만 헤어짐은 대개 ‘안녕’을 알지 못한다.

‘나 그래도 꽤 괜찮은 선생인데.’

뒤끝 작렬이다.
뭐 하루 정도는 그래도 되는 거 아닌가.

좋아하는 이별 노래 하나를 꺼내어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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