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들의 고충

Posted by on May 22,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이리 저리 강의를 다니다 보니 외국인 학생의 증가세가 확연히 느껴진다. 중국 학생들이 가장 많고 몽골이나 동남아 국가들에서 온 학생들도 꽤 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엔 무리가 없으나 전문지식에 대한 논의를 따라오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시험도 과제도 최하위를 면치 못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말하기 수준이 어느 정도 된다 해도 글쓰기에 익숙한 편은 못된다. 하지만 전문지식을 한국어와 영어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나같은 교수자는 과제와 시험의 언어로 한국어/영어 옵션 외에는 줄 수가 없다. 다른 교수자들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학평가에서 국제화 지표의 중요성, 유학생 유치를 통한 대학재원 마련 등의 요인이 외국인 학생의 수를 급격히 증가시켰다. 이런 동인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언어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을 무더기로 받는 것은 대학의 책임 방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고 있는 언어적, 사회문화적 고충에 관한 조사, 이에 기반한 실질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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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아래 Kisang Kim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으로 유학가면 당연히 그 나라 언어부터 익히고 시작하쟎아요? 근데 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해외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못 하는 거에 대한 고민을 더 먼저 할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기준에 전혀 못미친다는 점은 두고 두고 문제가 될 듯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1) 선발 과정에서 요구하는 한국어 능력 기준 그리고 (2) 입학 후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제공.

현재 상황에서 (1)의 한국어 능력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2)를 좀더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합니다. 북미지역의 종합대학 다수가 ESL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것처럼 말이죠. 물론 저의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주장이니 좀더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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