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룩 패스 (No look pass)

Posted by on May 26,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어떤 인간이 ‘노룩패스’로 짐을 다른 인간에게 넘겼다.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이는 당당했고,
바퀴는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러웠고,
넘겨받은 이는 “평소 자상한 편”이라는 말을 남겼다.

처음엔 웃었다.
재치 넘치는 패러디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의원’이나 ‘수행원’,
지위나 호칭 따위는 걷어치우고
상대의 얼굴을 봄(to look)이
사람 대접의 기본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니

많이
슬펐다.

화가 났다.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의 고통과 좌절, 아픔과 분노, 무엇보다 존재와 대면하며 정책을 집행하고 있나? 학생들의 얼굴 하나 하나를 살피며 교실을, 교육과정을, 평가와 입시를 만들어가고 있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수십 일 곡기를 끊어야 하는 노동자들, 그저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위해 수년을 싸워야 하는 장애인들은 여전히 얼굴없는 존재 아닌가?

“노룩패스”는 그저 개념없는 정치인의 우스꽝스런 모습일까? 상대의 얼굴에 관심이 없는 행위들을 응축한 캐리커처는 아니었을까?

이 사회는 거대한 노룩패스의 경연장 아닌가 말이다.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는 순간
자신의 얼굴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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