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단상

Posted by on Jun 28, 2017 in 강의노트, 단상, 일상 | No Comments

학기가 끝났다.

길고도 힘든 학기였다. 가장 많은 강의를 했고, 새로운 과목도 셋이나 되었다. 몇 차례의 외부강연은 즐거웠으나 무리였다. 크게 아프지 않고 잔병으로 때운 게 기적만 같다. 능력이 되지 않는 일을 하려니 힘들 수밖에.

<언어와 사고> 절반을 강독으로 진행했다. 사실상 처음 해보는 강독 수업인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학생들에게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인데, 잘 모르겠다. 시험 결과의 표준편차가 꽤 큰 편이라, 강의평가에서 충격이 예상된다.

<학술적 글쓰기의 실제>는 대학원에서 가르쳐 본 수업중 가장 많은 수강생이 모였다. 내가 잘해서 그런 건 아니고 주말반이어서였는데 생각 외로 열심인 분들이 많았다. 20대 중반에서 60대 정도의 학생들이 골고루 모인 교실에서 배우는 게 참 많다.

사실 전공(응용언어학)에서 가장 먼 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이 또한 나의 강의가 특출나서라기 보다는 ‘다른 데서 들을 수 없는 수업’이라는 점 때문임을 잘 안다.

<논문 읽고 쓰기>을 필수 강의로 지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에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일하면서 대학원 수업을 듣는 이들의 좌절감은 생각보다 깊었다.

“다음 학기에도 강의 하세요?”라는 말에 “강사라 아직 잘 모르겠네요”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강사라”라는 말은 붙이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한 자의식이 스물스물 마음에 퍼짐을 느끼지만 저항할 수록 더 커질 것 같아 턱을 괴고 지켜보고 있다.

이번 방학에도 흔들리며 공부를 해봐야겠다. 이룬 것은 없지만 욕심을 버려야 할 시기다. 아니, 욕심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이룸 아니던가.

고마운 얼굴들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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