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그리고 사기꾼 신드롬

Posted by on Jun 29, 2017 in 강의노트, 수업자료 | No Comments

[진정성, 그리고 사기꾼 신드롬]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젊음을 탕진해 버린다고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나이든 이들이 지혜를 쓸 줄 모르지. (“People say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I disagree. I believe wisdom is wasted on the old.” – Ray Reddington, <Blacklist> 中)

진정함(authenticity)이 특정한 경험의 속성이라 믿는 이들에게 지혜란 ‘진정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따르는 일’로 귀착된다. 물론 자신은 진정한 경험을 누구보다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이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다름 아닌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판단을 내릴 때 구체적인 예를 얼마나 쉽게 마음에 떠올릴 수 있는가)이니 말이다.

이 ‘진정함의 화신’ 반대편에 자리잡는 것이 대학원생 등을 비롯한 지식노동자들이 종종 겪는 사기꾼 신드롬(imposter syndrome)이다. 다들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자기 자신은 뭘 해도 부족한 듯한, 어쩌다 운이 좋아 자신이 속해서는 안될 집단에 속해 있는 듯한, 힘들여 이룬 성과도 ‘사기친 결과’로 해석하게 되는, 자신의 ‘무능’이 언제 탄로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일련의 ‘증상들’ 말이다.

오만한 진정성과 과장된 무능은 별개가 아니다. 모범 사례(best practice)는 대개 예외(exceptional case)이고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사례(worst practice)이기도 하다. ‘무능無能’은 순수히 개인적일 수 없다. ‘능能의 시스템이 의도적/비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사각지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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