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군대교수법!

영어교육에 대해 이리 저리 공유되는 글들을 보면 깊은 한숨이 나옵니다. 어제는 조선말기 지식인들이 한학을 해서 중국어와 비슷한 영어를 엄청 잘했다는 요지의 글이 보이더니 오늘은 군대교수법(Army Method) 찬양이군요.

열심히 반복하고 문장 통째로 암기하는 게 나쁠리가 없죠. 하지만 이런 방식이 영어학습의 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결론이 난 게 40년은 족히 됩니다. 게다가 아래 논리를 보시죠.

“미국사령부는 고심끝에 유럽으로 파병될 군인들을 모아놓고, 자는시간만 제외한 하루 20시간동안 듣고 말하고 다시 듣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것을 6개월 동안 반복한 결과..” -> “다시말해 쓰고, 독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법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있다는 말이다.”

몇 가지를 짚어보면,

(1) 일단 논리가 이상합니다. 적진에 나가서 외국어로 소통하지 못하면 목숨이 왔다갔다할 수 있는 사람들을 20시간씩 ‘굴려가며’ 가르치는 상황과 한국 교실에서 영어교육을 하는 상황을 1:1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2) 우리 나라에서 영작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고요? 영작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쓰기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은 미미합니다.

(3) 독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문제입니까? 아니면 독해교육의 내용과 방향이 문제입니까? 인터넷을 활용한 의사소통이 많아지면서 말하기 듣기보다는 오히려 읽기 쓰기의 중요성이 커지는 직군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는 대다수 학습법은 다음과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사회문화적 환경의 차이 – 아래 글에는 전쟁에 나가는 군사교육의 상황 vs. 한국 영어교육 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2) 개인차의 문제 – 학습 내용과 방식에 대한 선호를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3) 재미/동기 – 어떻게 학습을 지속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습니다. 결론은 늘 ‘의지’죠. 학습에 있어 의지는 과대평가되고 왜곡된 개념입니다. (20시간씩 6개월… 군대니까 가능하죠. 사실은 학대고요.)

(4) 연습 및 기억(memory) 형성 메커니즘 – 언어를 암기하고 이것을 맥락에 맞게 끄집어내는 데 관여하는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선택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특정한 사례를 가지고 한국영어교육 전체에 대해 비판하려 할 때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단기 외국어 습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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