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생각

Posted by on Jul 11,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할머니는 ‘밥하는 아줌마’로 수십 년을 사셨다. ‘권문세가(權門勢家)’라고 불릴만한 집이었지만 쥐꼬리만한 벌이였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민주주의 사회라는 외연 속에 사실상의 노예제가 횡행하던 시절, 보상도 감사도 받지 못하고 평생 누군가를 살리는 밥을 짓기 위해 삶을 송두리째 유보해야 했던 이들이 있었다.

흔히 식모(食母)라고 불렸던 그들. 누군가에게 ‘부엌데기’였을지 모르지만 내겐 밥하는 어머니였고 할머니였고, 사회를 떠받치는 노동자였다. 적지 않은 이들의 성공은 말 그대로 그들이 잘 차려준 상에 숟가락 하나 얹은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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