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정의한다면?

Posted by on Aug 1,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인간에 대한 정의: “가장 광범위한 맥락 하에 놓이는 존재”

“인간은 OO적 동물이다”라는 간명하지만 별 의미 없는 정의들이 있다. 사실 정의라기 보다는 강조하고 싶은 면을 부각시키는(‘수사학’이라기 보다는 ‘말장난’에 가까운 의미의) 레토릭에 가깝다. (호모 루덴스라고 하는데 놀 시간이 없어. 호모 파베르? 뭐 고장나면 눈물을 머금고 바로 수리기사님을 부르지.)

인간이 특별히 잘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굳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정의’해 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지 잠시 생각해 봤다. 딱부러진 답은 나오질 않았지만, 쓴 시간이 아까워 조금 억지스럽게 짜낸 답은 이렇다.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 복잡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종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두뇌용량의 증가 및 문명의 발전 등으로 인해 다양한 사회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세계를 창조하고, 이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제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 복잡하게, 다양한 세계와 조우하며 살아간다. (<비밀의 숲>의 여운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으나, 세상에서 고작 몇 명 읽을 논문을 붙잡고 늘어진 1인. 오늘은 강력한 더위의 충격으로 말 그대로 몸이 늘어난 듯하다. 세기말에는 데카당스에, 세기초에는 새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에 고뇌한다. 정말 참 내 별 걱정 다하고 산다.)

나의 사고와 행동은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인간 역사에 기반한다. 한국사회의 특유한 역사에서, 서울이라는 시공간이, 부모형제를 비롯 인생길에서 만난 적지 않은 이들이 나의 뇌를 만들어 왔다. 나아가 읽고 본 책과 영화 등에서, 여행에서 보고 느낀 바에서, 미디어를 통해 접한 역사적 사건에서, 다양한 신화와 이야기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영향받고 있다.

즉, 우리 모두는 각자가 태어나서 자란 환경에 따라 수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받고 있다. 우리의 두뇌-몸에 새겨진 기억은 인지, 감정, 판단, 행동, 의지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 광범위한 맥락 하에 놓인 존재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시간축, 동시대 다른 존재들과의 교류, 밤하늘을 바라보고 그 너머를 응시하는 우주적 상상력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결국 굳이 인간을 ‘정의’해보라 한다면 “누구보다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존재” 즉, “가장 광범위한 맥락 하에 놓이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무언가 할 수 있음을 특성으로 갖는 존재가 아니라, 거대한 시공간 하에 놓여지는 존재 말이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정의 아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각시키는 얄팍한 말장난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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