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정보환경과 의사결정자로서의 학습자 그리고 새로운 문해력 文解力

Posted by on Aug 3, 2017 in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정보소비자와 의사결정자라는 관점에서 초중고생들을 보자.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연령이 낮을수록 부모가 제공하는 정보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후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들, 또 학원 선생님들이 전달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하며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판단을 한다.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미디어의 양 또한 증가한다. 학습과 발달은 더 많은 지식을 쌓아나가는 과정이자 더 넓은 세계의 정보를 선별하고 취사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머리는 세계와 함께 커진다.

필자의 중학시절까지만 해도 교육정보의 두 축은 교과담임 교사와 교과서 및 참고서(초등학교의 경우 전과)였다. 부모님이 자녀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학교와 참고서를 통해 얻는 정보를 뒤엎을만한 정보를 주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외부 모의고사와 고3 기간 배치고사 등을 둘러싼 정보 정도였다. 정보는 철저히 제도권 안에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 혹은 ‘순종’되었다. 정점은 대학 원서 작성이었다. 나는 외부의 정보를 전혀 참조하지 않고 나의 의견과 담임의 의견을 조율하여 대학에 지원했다.

지금의 정보환경은 상전벽해다. 입시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소위 ‘입시전문가’와 컨설턴트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관련 미디어와 참고자료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입시에 관한 정보 뿐 아니라 학습법, 참고서, 과목별 공략법, 계획 세우는 법, 좋은 인강 고르는 법, 유명 강사 등과 관련된 정보 또한 넘쳐난다. 물론 학습자들이 교육정보만 보는 건 아니다. 더욱 방대한 엔터테인먼트의 세계가, 그를 둘러싼 갖가지 루머와 정보가 존재한다.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의 문해교육은 달라진 정보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몇해 전부터 초등학교에서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리터러시’ 자체에 대한 근본적 고민에 닿아있다기 보다는 기존의 교육에 살짝 양념을 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학습자를 둘러싼 정보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중장기적 문해교육 재구성에 연계할 필요를 느낀다.

연령 및 학교급에 따라 학생들은 어떤 정보에 노출되는가? 이들 정보를 필터링하고 배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지역별로 또 사회경제적 지위별로 정보의 양과 질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정부와 기업 등이 갖고 있는 정보,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정보, 각급 학교 및 개별 교사들이 갖고 있는 정보, 사교육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와 학생들의 정보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른가? 소셜미디어와 유투브로 대표되는 미디어 환경과 MOOC 등의 교육 플랫폼이 학습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 가운데 의사결정자로서의 학습자들은 어떤 갈등과 좌절에 처하게 되는가?

이들 질문은 정보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학습자를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올바른 정보에 의한 합리적 결정(informed decision)이 가능한 구조인가? 이 사회는 학습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있는가?

교사와 학부모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현 상황의 정보 위계에서 가장 ‘바닥’에 위치하고 있는 건 학습자 아닐까? ‘학습자의 주체성’ 타령을 하기 전에 그들이 발딛고 설 수 있는 튼튼한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다양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교육 시스템을 정보의 선별, 통제, 공유 등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개의 층위에서 문해교육에 접근할 필요가 생긴다. 첫째는 ‘문文’ 자체의 구성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문해文解’의 전제는 ‘문’이 사회적으로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거저 주어지는 텍스트는 없다. 텍스트는 끊임없이 구성되고 재구성되며 필연적으로 ‘큐레이팅’의 대상이 되었다. 둘째는 주어진 텍스트를 ‘이해解’하는 방식이다. 이때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는 전통적인 이해방식을 넘어 텍스트의 자리와 배치를 이해하는 데로 나아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정보생태계가 달라졌다는 것은 학습자들이 생각하고 느끼며 판단하는 장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해교육은 여전히 텍스트 읽기, 아니 텍스트에 부속된 문제풀이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제지가 아닌 문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아니 문제 자체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문해교육을 만들어 가야 한다.

#삶을위한리터러시 #정보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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