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반 잡감

Posted by on Oct 8, 2017 in 강의노트, 단상, 일상 | No Comments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어느 정도 다르다고 판단되는 두 학교에서 몇 학기를 가르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OOO라는 영화 보신 분 있어요?”라는 질문에 손을 드는 학생의 비율이 확연하게 차이난다는 점이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고, 샘플의 수도 작기에 전체 구성원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질문을 할 때마다 확인했던 차이가 마음에 계속 걸린다. 서울의 두 학교에서 이정도 차이가 난다면 다른 지역과는 더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영화, 문학, 과학에 대한 지식을 비롯한 문화적 경험은 개인의 성장은 물론 교수학습에 있어 큰 자산인데, 이 부분에서의 격차는 학교가 해결할 수가 없다. 부모의 문화자본, 상징자본의 차이는 자녀의 ‘교양’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교육성취의 격차를 낳는다. 너무 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제도교육 내에서는 이게 대세라는 걸 부인하긴 힘들다.

한편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삶에 자연스레 접속할 수 있는 방식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날것 그대로의 경험을 토대로 함께 교육적 대안을 탐색하는 기획은 리스크가 크다. 개개인의 경험 들어보는 시간이 몇몇 학생들에겐 ‘시간낭비’이며, 함께 답을 찾아보자는 제안은 종종 ‘전문성의 부재’로 읽힌다는 것을 알기에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수업에서 작은 모험을 감행하려 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갈릴 것이다. 못난 민감함 때문에 절대 무덤덤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해보고 싶은 걸 해봐야지, 언제까지 가르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마음이 더 크다.

학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초반의 긴장감을 잃지 않고 수업 전체의 내러티브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밀려온다. 이 고민은 오래 가르친다고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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