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대한 예의

Posted by on Nov 12, 2017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왜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죽인 사람들 편을 들죠?”

강기훈씨의 <카바티나>를 배경으로 먼저 떠나간 사람들의 말이 흐른다.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맞서다 자신을 던진 이들의 얼굴들과 만난다. 그의 연주는 과거를 묻어버리려는 몸부림도,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제스처도 아니다. 바흐의 음악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한 청년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여정을 지나왔음에도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아름다움 안에 머물 수 있다는 증거일 뿐.

그의 삶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기타는 고요히 운다. 관객들도 따라서 숨죽여 운다. 이해할 수 없어, 가 닿을 길 없어 꺼이꺼이 울 수밖에 없는 삶이, 죽음이 있다.

강기훈씨의 연주가 뒤로 숨는 동안 사라진 이들이 하나 둘 걸어나와 살아남은 이들과 만난다. 권력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이들은 앞으로 나서려 다른 목숨을 짓밟았다. 대법원 무죄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강기훈의 유죄를 확신한다는 이들은 시대를 이해하고 자신을 높이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어떤 삶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강기훈씨가 말하는 ‘시시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누군가의 배경이 되는 일의 아름다움을 알 턱 없는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고, 권력을 잡는다.

사운드트랙을 들을 수 없어 대신 Kindgren을 찾는다. 강기훈씨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예의>는 서울 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분에 출품되었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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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예의 | 감독 권경원 | 2017 | Documentary | Color+B&W | DCP | 90min 54sec

시놉시스
1991년 4월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국가의 불의에 저항하던 11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국가는 모든 죽음의 책임을 스물일곱의 강기훈에게 전가했다. 유서를 대신 써주고 죽음을 방조했다는 사법사상 유일무이한 혐의였다. 최종 무죄가 선고된 것은 24년이 흘러서였다. 진범은 국가였음이 밝혀지던 순간 그는 간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스무 해를 넘도록 되풀이해야 했던 말들을 멈추고, 기타를 들었다. 그리고 1991..

출연 강기훈, 강은옥, 고상만, 권혜진, 김구일, 김선택, 김진숙, 박홍순, 송상교, 송소연, 염규홍, 이보은, 이부영, 이석태, 이옥자, 정현아, 채수진, 최은희, 최재인

영화 홈페이지: http://www.siff.or.kr/siff/program/mov_view.php?mov_idx=1859&fes_idx=36&cate_idx=34087&gubun_idx=&sec_idx=&sch_word=&size=10&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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