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 이론: 연구자와 학습자의 관점에서 (1)

1. 언어학습은 단지 개인과 언어의 관계로 설명되지 않으며 개인을 둘러싼 수많은 요인과 관계들의 영향 하에 있다. 말을 배우는 일은 단지 말을 알아간다기 보다는 세계에 참여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 연구자에게 있어 (제2)언어습득 이론은 하나의 체계를 지향한다. 이 체계에는 이론의 데이터를 구성하는 요소와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이 있다. 예를 들어 촘스키의 형식언어학을 중심으로 하는 제2언어습득론과 인지언어학의 용법기반학습이론은 서로 다른 데이터와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3. 언어를 정의하는 일은 지난하다. 언어는 사고 일반과 떼어놓을 수 없기에 신경과학 및 심리학과 상당한 접점을 지니며 일상의 모든 영역에 스며 있기에 사회현상과의 인터페이스 또한 광범위하다. 즉 언어발달은 인지, 정서, 사회발달과 떼어놓을 수 없다. (맥락은 다르지만) 레이먼드 윌리암스의 지적처럼 언어를 정의하는 일은 언제나 인간존재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4. 이론가들 사이에서 언어습득, 언어학습 등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논쟁점이 있다면 이론가들과 대중 사이의 차이 또한 있다.

우선 이론가들은 자신의 주장을 이론적 지형의 한 부분으로 파악한다. 촘스키 언어학을 기반으로 한 제2언어학습 연구자는 촘스키의 인간과 언어에 대한 기본 가정들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외국어습득을 연구한다. 언어습득을 기술하는 용어 또한 변형생성문법과 최소주의 등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비해 인지언어학자들은 인지과학의 언어를 광범위하게 차용하며 통계방법론에 입각한 모델링을 활용한다. 촘스키에게 말뭉치(corpus) 혹은 언어 빅데이터는 별 의미 없는 데이터셋이지만 용법기반학습 연구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연구자료다.

5. 일반 학습자들에게 영어학습이론의 효용은 4번의 논의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이들에게 이론은 언어에 대한 가정과 공리, 가설과 방법론 및 핵심 개념의 집합이라기 보다는 최고의 모범사례(best practice)에 가깝다. 자신의 언어학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명제의 집합 정도인 것이다.

6. 연구자는 특정한 이론적 틀에서 아주 작은 것들에 천착한다. 논문의 내용 또한 (몇몇 대가들의 저작을 제외한다면) 토목공사가 아니라 커다란 빌딩의 창문 두어 개 정도를 갈아 끼우는 일이다.

이에 비해 일반 학습자들은 자기 삶의 일부, 즉 시간과 돈, 에너지를 투자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원한다. 이는 매우 합리적이며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언어가 무엇인지, 언어습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활용하는 통계 방법에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7. 따라서 연구자들의 활동은 특정한 철학적, 언어적 세계관 위에서 연구대상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언어학습자들은 세계관이나 세분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학습방법을 제시하는 단순하고 명확한 조언을 구한다. 이 극단에 있는 질문이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는) “어느 학원 다니면 될까요?”와 “무슨 책이 좋아요?”다.

8. 따라서 연구자들과 일반학습자들 사이의 접점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제2언어학습 특히 영어학습에서의 ‘공론장’의 기능은 무엇인가? (혹은 ‘공론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담론의 생산-분배-전유 체계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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