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Posted by on Feb 5, 2018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추위를 헤치고 2014년 영어지도법 수업을 들었던 친구가 찾아왔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몇년 간의 서로의 삶에 대해, 메모와 쓰기 습관에 대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어려움에 대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 그가 임용고사에 대해 던진 다음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요즘도 임용고사 수업 실연에서 백묵 들고 필기하면서 수업을 합니다. 딱 그 포맷으로만 해야 되는데요. 판서를 잘 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더라구요. 판서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영어수업 실연에서 그렇게 중요한지는 모르겠어요. (영어과의 경우) 오히려 파워포인트라든지 다양한 동영상이라든지 그런 걸 잘 활용하는 게 훨씬 중요할텐데 말이죠.”

3. 몇 가지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1) 새로운 교육과정은 미래학습자 역량을 중시하며 그 중에서도 공동체 역량, 협력 역량을 강조한다. 그런데 협력이나 공동체 역량은 객관적 평가가 힘들고, 평가를 한다 해도 ‘무임승차자’가 있어 학생들이 기피한다.

협력이 중요하다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을, 구조를 디자인해야 한다. 구호를 외친다고 사람이 바뀌진 않는다.

2)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 중 널리 활용되는 포맷으로 대화(dialogue)나 본문 일부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기가 있다. 음성으로 나오는 것이기에 ‘말하기’ 혹은 ‘의사소통’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평가의 타당도를 희생시키는 객관성은 어떤 의미가 있나?

3) 외국어로 영어를 배운 성인들이 글쓰기를 할 때 사실상 100% 인터넷 검색이나 참고도서, 혹은 사전을 활용한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나 또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며, 이런 능력이 쓰기 능력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쓰기 평가의 경우 백지에 연필로 작성하거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 포맷이 자주 사용된다.

다양한 중재도구(mediational tools) 없이 쓰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가? 그렇다면 안경을 벗고 시험 문제를 풀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4. 그땐 선생과 학생이었지만 이젠 그도 교사로 살아가기에 내가 도리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마음이 닿아 만나고 또 고마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고마왔다. 마음 가는 것만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다.

그래서 만남은 언제나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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