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활용 교육

미디어 활용이 리터러시 교육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와 기술을 동원하여 자신이 원하는 컨텐츠를 만들고 나눌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활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특별한 이견은 없다.

하지만 종종 ‘활용’에만 골몰하는 교육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교육은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는다. 모든 것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이러저러한 이유로 주류 메신저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메신저를 활용한 소통도 중요하지만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바깥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보는 일 또한 소중하다.

언젠가 ‘~할 수 있다’는 진술로 구성된 교육목표(Can-do statements)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나는 교육의 목표가 일련의 ”Can-do statements’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진술들 행간에 존재하는 ‘Can’t-do statements’를 이해하는 것이라 믿는다. 할 수 없음에 대해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목표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나니 갑자기 고정희 시인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별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적어도 내 맘 속에서는 분명 통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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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첫째
고정희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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