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방학을 없애달라?

Posted by on Jul 27, 2018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개인경험의 절대시, 그리고 잘못된 인과관계 추론

교사의 방학을 없애달라는 청원이 나름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추측컨대 청원자나 찬성한 이들 모두 부적절한 언행과 ‘거저먹기’ 수업을 일삼는 교사들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그런 교사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생각이 갈린다. 그런 교사들을 줄이고 교육이 더 교육다와지기 위해서 교사들에게서 방학을 뺏는 것이 옳은 방향인가? 오히려 방학을 방학답게 만들어 주면서 학기 중에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재충전과 자기계발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 아닌가?

나는 이번 일이 (1) 자기자신의 경험을 절대시하는 풍토 그리고 (2) 인과관계에 대한 철저한 오해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판단이 ‘자수성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서 그 판단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없듯이, 영어에 자신감을 심어준 A라는 방법이 모든 이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듯이,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모두에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그것이 어느 정도 다수의 경험일지라도 말이다.

내가 종종 쓰는 표현으로는 Best practice는 “BEST” practice다. 특정한 맥락과 주체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사례가 모두에게 가능할 것이라 믿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해롭다. 이 논리는 Worst practice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시쳇말로 당신이 만난 수많은 꼴통 선생들의 대충대충 수업은 방학 기간 팽팽 놀아서 그 꼴이 된 것이 아니다. (물론 방학 때 ‘논다’는 인식 또한 상당한 왜곡에 기반해 있음은 따로 논의하진 않겠다.)

세계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서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게 개입된 부정적 교육경험이 교사들의 방학 때문일 거라 믿는 것은 얼마나 불합리한가. 개인의 경험은 소중하지만 그것이 구조를 바꾸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진 못한다. 조금만 더 생각하자. 당신을 화나게 했던 교사들이 그 모양 그꼴이 된 원인은 아마도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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