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Posted by on Aug 8, 2018 in 강의노트,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며칠 전 청소년 대상 특강을 생각해 보면서 이곳 친구분들께 의견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대략의 내용을 설명하고 두 시간 특강에 2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두 분께서 수강료가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수강료 현실화’와 ‘살짝 부담되는 수강료를 내고 책임있게 듣는 것이 낫다’는 말씀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 공부한 결과를 나누는 강연 두 시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아니 돌려 말하면 ‘꼭 알고 싶은 지식을 그리 나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강의자에게 수강생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돈은 얼마 정도일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참고로 제가 생각한 수강인원은 20명 정도입니다.)

2. 엊그제 캘리그라피 관련 포스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무서워서 이제 무섭지도 않은) 페북이 디지털 캘리그라피 수업 광고물을 띄웁니다. 정확히 어떤 수업인지 파악은 못하였지만 수업 자료를 포함한 수강료가 29만원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좀 놀랐습니다. 단지 수강료가 높아서 놀란 건 아니었구요. 디지털 캘리그라피 관련 내용이 방대하더라도 1인당 29만원을 받아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저 같으면 절대 그 돈 주고 수업을 듣진 않을 것 같거든요.

3. 좀더 근본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사실 순수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강의를 해서 먹고 사는 일은 이미 쌓은 것들을 소진하며 사는 일에 가깝습니다. 강의를 통해 소통하고 거기에서 얻은 에너지와 영감을 새로운 공부와 프로젝트의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개는 준비하는 노고와 돈의 교환이라는 단순 공식이 성립합니다. 수강생들과 오래 소통하면서 또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면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비정규직 강사의 삶에서 방학은 가장 곤궁한 시기입니다. 시간강사 중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학을 연구와 글쓰기에 전념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요. 이 기간의 밥벌이를 위해 영어논문쓰기 강의를 몇 차례 진행했습니다. 호응해 주신 분들 덕분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구요. 이번 방학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4주간의 강의는 무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축소판 논문쓰기 강의나 자연어처리와 영어교육을 연계한 새로운 강의를 모색해 보고 있는 중이고요.

4. 아침에 이런 저런 소식과 부음에 삶을 어떻게 가꾸어가야 할지 고민이 커집니다.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삶에서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겠지요. ‘고민’이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넋두리 비슷하게 되어버렸네요. 어떻게든 글을 맺어야 하는데 이 고민에서 빠져나갈 출구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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