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 능력 계발을 위한 7가지 전략

Posted by on Aug 19, 2018 in 강의노트,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1. 음악적 감수성 sensitivity 을 계발하라.

주변의 모든 소리에 민감해지자. 눈으로 보는 경치(landscape)가 아닌 소리의 풍경(soundscape)에 귀를 열어보자. 아름다운 새소리, 달콤한 발라드와 웅장한 관현악 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소음’에 귀기울이는 습관을 들이자.

버스를 타고 가면서 버스의 진동과 엔진 소리가 만들어 내는 리듬에 귀기울이거나 다양한 재질의 탁자에 귀를 대고 손가락으로 드럼 비트를 두들겨 보는 건 어떨까? 운동을 하다가 다양한 방법으로 박수를 치면서 소리의 차이를 느껴보는 건? 산책을 하면서 발 전체로 딛을 때와 앞꿈치로 딛을 때의 소리와 울림은 어떻게 다를까? 내 컴퓨터의 인쇄 버튼을 누른 후 종이가 모두 나오고 프린터가 다시 ‘잠들’ 때까지 어떤 소리들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귀 기울여 보자. 방마다 고유한 소리의 시그너처가 있고 사람들의 기침 소리 또한 모두 다르다. 아침 저녁 심호흡 속에서 내 몸이 내는 소리에 귀기울여 보자.

2. 시간이야말로 음악 감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음악을 들을 때 다양한 박자와 빠르기를 경험하도록 노력하라.

낚시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낚시에 집중하는 동안 시간의 개념, 시간에 대한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몰입하면 시간은 변화하게 마련인 것이다.

다양한 음악을 통해 시간 여행의 속도와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호흡이 가빠지는 노래부터 수면의 속도와 맞먹는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의 유연성을 경험해 보자. 책을 아주 천천히 혹은 아주 빨리 읽어보기도 하고, 음악의 드럼 비트를 사이 사이에 나만의 소리 (혹은 여음구?)를 넣어보기도 하자. 몸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 같은 곡의 빠르기는 어떻게 다른가? 음악을 그냥 들을 때와 고개를 흔들며 들을 때, 박자를 ‘쪼개어’ 다리를 흔들며 들을 때, 악기를 따라 연주하는 흉내를 내며 ‘몸싱크’하며 들을 때 음악의 시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3. 음악 기억력 발달 훈련을 하자.

어렸을 적 음악 시험에는 음악의 특정 부분을 들려주고 어떤 곡인지 맞추는 문제가 단골로 출제되었다. 많은 곡들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 암기를 해야 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었지만, 음악적 패턴을 개별 곡 혹은 작곡가의 음악 세계와 연결시키는 작업은 음악감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 없다.

사실 음악에 대한 기억력은 단순히 듣는 행위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기억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음악에 대한 기억은 다음 4번 (음악 용어의 습득) 항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경우에는 감상을 위한 인지 능력과 “몸의 기억”이 바로 연결될 것이다.

4. 음악 용어를 익히라.

“아는체”가 아니라 음악을 더 풍부하게 감상하기 위한 용어들을 익히자. 물론 화성악과 작곡법의 어휘들 vocabulary 을 알고, 다양한 악기의 구조와 특성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들을 배우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용어와 나의 경험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가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예를 들어 보고자 한다. 하나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음악의 용어를 통해 좋아하는 음악의 특성을 기술해 보는 것이고, 다음은 메타포를 이용해 음악적 경험을 개념화해 보는 습관이다.

(1) 언젠가 “Over the Rainbow”를 듣자 마자 이 곡을 기억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첫 소절의 “한 옥타브 건너 뛰기”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Some 과 Where 사이 음역이 한 옥타브인데 일반 노래곡 중에서 이렇게 시작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분석이었다. 물론 이게 위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완벽한 대답은 아니겠지만, 자기 스스로 특정한 음악 패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옥타브”라는 음악적 개념이 적절히 사용된 설명의 예라고 생각된다. 자신만의 코멘터리를 다는 습관은 감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2) 음악을 다른 것과 연결시켜 메타포적으로 표현하는 습관도 효과적인 훈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렬한 일렉 기타 리프가 계속되다가 편안하고 ‘넓은’ 악기 조합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나는 터널을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자동차를 떠올린다.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양 옆에 켜져 있는 라이트가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다가 밝은 세상으로 나간다. 또 바깥 세상으로 나오기 전 아주 잠깐 동안 “바깥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빛을 만난다. 나에겐 자동차로 터널을 통과하는 경험과 반복되는 일렉 리프와 마지막 몇 마디의 전환, 그리고 새로운 악기들로 구성되는 테마로의 전환은 유사성이 많다.

5. 집중력을 키우라.

음악을 사랑하고 전문적으로 듣는 사람들은 영화에 몰입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경험을 음악을 통해서도 한다. 난 이런 몰입의 훈련이 안되어 있어 호흡이 긴 관현악 곡에 집중하지 못하는 편인데, 그나마 공연장에서 집중하기 위해서 쓰는 “꼼수”는 마음 속으로 여러 악기의 연주자가 되어 보는 것이다.

사실 피아노 이외에 다른 악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곡이 흘러가면서 첼로 연주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트롬본 연주자가 되어 보기도 한다. 각 연주자들의 몸짓과 표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음악을 듣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이 되시는 분들은 지휘자가 되어 보는 게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 :)

6. 객관적이고 덤덤하게 듣는 훈련을 하라.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음악은 기대 expectation 를 하게 하고 그 기대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충족시키거나 무너뜨리고, 또다른 기대를 도입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가 일정한 장르의 음악을 계속해서 듣게 되면 멜로디나 박자 등에 대한 기대 패턴이 마음 속에 자리잡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패턴이 너무 확고하게 고정되어, 그 패턴의 “노예”가 되는 경우다. 국악이 어렵고 지루하게 들리거나 비전형적인 조바꿈이 일어날 때 “뇌가 꼬이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자기 속에 이런 패턴을 잠시 “뮤트”시킬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처음에 제시한 소리에 대한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 내가 이제껏 정의하고 경험한 음악의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음악적 ‘선입견’을 버리고 다양한 음악에 이끌려 미지의 소리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갑자기 중학교 때 비오는 밤에 <미궁>을 처음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사실 그건 좀 힘들었다. ^^;;)

7. 경험과 지식은 음악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음악사, 작곡가, 악기, 시대 등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 음악적 경험이 더 풍부해진다. 음악만 듣는 것도 힘든데 이런 지식을 쌓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늘 이 훈련을 해왔다.

예를 들어 나는 김민기의 ‘금관의 예수’를 들으면 어둠 컴컴한 교회 지하실에서 이 노래를 목놓아 부르던 내 모습과 함께 80년대 시위 현장이 떠오른다. 또 전람회의 “이방인”을 들으면 군생활의 단편들이 마구 떠오르는데, 그 시절 전람회의 음반을 다 외울 정도로 반복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원곡에 덧칠한 경험의 아우라가 “거의 모든 리메이크가 원곡을 못따라간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개개인 수준에서 봤을 때는 이미 경험과 지식이 음악과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음악 감상 능력을 좀더 키우기 위해서는 음악과 나 자신 뿐 아니라 음악과 시대, 음악과 작곡가, 음악과 다른 음악들 간의 관계를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 즉, “나에게 소중한 음악”의 수준에서 벗어나, “시대가 낳은 음악”, “작곡가의 삶이 빚어낸 음악”, “다른 음악가들을 움직인 음악”, “역사적 현장에 울려퍼졌던 음악”을 만나보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할 것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난 음악을 닥치는 대로 듣는다. 어렸을 때 피아노와 기타, 나이가 들어서 드럼을 조금 배우기도 했지만 음악을 제대로 배웠다기 보다는 악보를 카피하는 테크닉을 배웠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음악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 악기에 대한 태도, 다양한 음악 장르에 대한 지식, 음악과 음악가의 관계, 음악의 과학적 원리 등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이다. 점점 편안한 음악만을 찾게 되는 요즘, 귀도 마음도 좀더 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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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한 포스트는 <Music: Ways of Listening> (Elliott Schwartz, 1982) 를 기반으로 음악 청취 훈련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위 포스트는 아래 글의 뼈대에 비전문가 막귀의 경험을 더해 정리해 본 것이다.

참고자료: How to Listen to Music: A Vintage Guide to the 7 Essential Skills by Maria Popova

How to Listen to Music: A Vintage Guide to the 7 Essential Sk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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