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영어공부

Posted by on Sep 24, 2018 in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집필 | No Comments

“영어는 짱구다. 아무도 못말리기 때문이다.”
“영어는 골칫거리다. 내신의 적이기 때문이다.”
“영어는 스펙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영어교육에 관련된 강의 초반부에 “영어는 OO이다. 왜냐면 _________이기 때문이다.”의 형식으로 영어에 대한 생각을 묻곤 합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영어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세 답은 각각 초등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에게서 나왔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이 답변들에서 한국 사회에서 영어의 생애사를 만납니다. ‘재미있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짱구 같은 영어’에서 ‘내신성적의 주요 영역’으로, 나아가 ‘취업과 승진의 수단’으로 변화하는 영어의 운명을 봅니다.

영어공부에 대한 애증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언젠가 한 직장인은 제게 “영어요? 그림자 같아요. 계속 저를 따라오는 것 같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영어에 대한 메타포에서 학습자들의 슬픔이 배어나옵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애환이기도 합니다.

우리사회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영어교육에 투입합니다. 취학전부터 초중등 대학교육까지 공교육 사교육을 가리지 않고 큰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영어공부 헛했다’나 ‘몇 년을 공부했는데 입도 뻥긋 못하냐’는 한탄, ‘영어교육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논평은 이제 식상할 정도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영어는 분명 사회경제적,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그 해법 또한 거시적이고 구조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제도적 변화 없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긴 힘들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학교를, 취업의 조건을, 영어실력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바꾸기 전에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영어와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시작은 ‘영어, 어떻게 정복할 것인가’에서 ‘영어는 나에게, 나아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의 전환에서 시작됩니다. 영어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덤벼드는 일은 과거로 보내야 합니다. 영어가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영어를 누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영어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단초로 삼아 이때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영어에 대한 생각, 지금 우리의 영어공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고의 틀을 살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영어학습법도 변할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은 이런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고 그에 끌려가는 삶에서 영어를 통해 더 깊고 넓은 존재로 성장하는 삶으로의 변화를 꾀하려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제시되는 영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From speaking English to speaking through English
영어를 하는 사람에서 영어를 통해 말하는 사람으로.

2. From nonnative speakers of English to users of English as another repertoire for meaning-making
영어 비원어민 화자에서 영어를 또다른 의미생성의 레퍼토리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3. From English as a threat for successful life to English as an asset enriching life
성공적인 삶을 위협하는 영어에서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자산으로

“다른 언어를 배워서 그들의 네이티브처럼 말하지 않겠다. 다른 언어를 배워서 그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언젠가 Claire Kramsch 선생님 수업에서 들은 이 한 마디가 여전히 제 심장에 남아있습니다.

너와 나를 가르고, 마음에 상처를 내며, 목을 뻣뻣이 세우는 영어의 시대를 보내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스펙”이 아니라 “또다른 세계”를, “영어 정복하기”가 아니라 “영어와 친구되기”를, 무엇보다도 “네이티브 되기”가 아니라 “더 나은 사람 되기”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성찰 없는 암기, 소통 없는 다이얼로그, 성장 없는 점수 향상을 넘어 우리의 삶을 위한 즐겁고도 단단한 영어공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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