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한계에 대하여

Posted by on Sep 26, 2018 in 강의노트, 단상, 말에 관하여, 집필 | No Comments

“언어는 애도하며 동시에 애도당하는 몸이다. 언어는 우리가 가장 신뢰하지만 결코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 것이다.”

언어는 우리의 슬픔을 애도한다. 하지만 반대로 슬픈 언어 또한 넘쳐난다. 말과 우리는 슬픔으로 휘돌며 서로를 만날 운명이다.

말은 사람을 드러낸다. 말만큼 사람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소셜미디어에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그 사람의 말일 뿐인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말은 사람이 아니다. 말은 존재의 정수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지금 내 앞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의 역사를 꿰뚫어 볼 수는 없다. 나의 대문에 걸려 있듯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지나온 삶의 증거이자 살 수 없었던 생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Harris의 문단을 발번역하며 말의 아름다움과 허전함을 다시 생각한다. 어쩌다 말이 열어준 길로 들어왔지만 이 길은 수많은 길 중 하나였을 뿐임을 기억한다.

“실로 심리적 고통은 무거운 짐이다. 존재의 중심에서 끔찍하도록 한치도 움직이지려 하지 않는 부동(不動)과 조응하며 미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은 이 짐을 거스르는데 이는 언제나 앞을 바라보며 아무 무게 없이 경계를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의 단어, 멜로디,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것들이 허공으로 걸어들어간다. 언어는 애도하며 동시에 애도당하는 몸이다. 언어는 우리가 가장 신뢰하지만 결코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 것이다. 언제나 근사(近似)일 수밖에 없기에 결코 마음을 홀라당 내어주도록 하진 않는다. 그것은 기껏 한낮의 열기일 뿐 결코 무언가를 진짜 태워버릴만한 열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은 좋은 일이다.” – Harris, J. <Signifying Pain> 중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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