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배우는 이유

“우리는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가?”

참 많이 듣고 또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 영어는 전세계의 시장을 여는 열쇠고, 인터넷과 미디어의 언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기고, 기업간 커뮤니케이션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이고,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한 기본 능력이고,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들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답을 한 거 아닌가요? 뭐가 더 필요한가요?

그런데 이 짧은 질문 안에는 참 많은 것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우리사회가 영어공부를 대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 문장은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은밀한 가정을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나서 왜 배워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 모두는 영어를 배워야 할까요?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전제 자체에 문제는 없을까요?

둘째, 이 질문의 주체가 누구인지 물어야 합니다. 영어를 왜 배워야 하냐고 질문하면서 “영어는 필요하다”는 답을 미리 내놓은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사교육 업체들인가요? 학자들인가요? 교사들인가요? 부모나 학생들도 과연 같은 이야기를 할까요? “우리”라는 단어는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배제하나요? “우리 모두의 영어공부”라는 선언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불이익을 받게 될까요?

셋째, 여기에서 “영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사회의 ‘영어’는 미국영어일까요? 영국영어일까요? 아니면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필요한 영어일까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아프리카 등의 국가들이나 주요 외국어로 사용하는 중국 등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이 ‘영어’에 포함되나요? 여행을 위한 영어인가요? 비즈니스를 위한 영어인가요? 시험 대비인가요? 문학작품을 읽을 수준이 되어야 하나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은연중에 생각하는 “영어공부”의 내용과 방향이 누군가에 의해 이미 정해져 우리에게 전달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배워야 하는 ‘영어’, 그리고 이를 공부하는 방법이 오랜 시간 가랑비 젖듯 영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관점을 형성해 온 것입니다. 결국 많은 영어공부는 우리 삶에 뿌리박고 있다기 보다는 이 사회의 요구에,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규정되고 확산되어 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 책은 ‘그들의 영어’에서 ‘나의 영어’로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찾아나가는 영어공부의 길로 초대합니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왜”가 아니라, 유명인의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뿌리박은 영어공부를 찾아나서려 합니다.

영어공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적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떤 영어”를 “왜”, “어떻게” 공부하는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하루하루의 일상, 관계맺고 있는 커뮤니티, 영어로 처리해야 하는 일, 영어로 즐기는 컨텐츠, 영어로 소통을 하는 친구 등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삶을 위한 영어공부”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공부만이 오래, 깊이, 단단히 우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 남을 언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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