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는 한국어로! – 영문독해에서 배경지식의 중요성, 그리고 영어 읽기와 한국어 읽기의 ‘콜라보’에 관하여

 

다음은 무엇에 관한 글일까요?

A newspaper is better than a magazine. A seashore is a better place than the street. At first it is better to run than to walk. You may have to try several times. It takes some skill but it’s easy to learn. Even young children can enjoy it. Once successful, complications are minimal. Birds seldom get too close. Rain, however, soaks in very fast. Too many people doing the same thing can also cause problems. One needs lots of room. If there are no complications, it can be very peaceful. A rock will serve as an anchor. If things break loose from it, however, you will not get a second chance. (Nishibayashi, 2006, p.45, from Bransford & Johnson,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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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다’라고 답한 분이 많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단어가 어렵진 않은데 말이지요.

정답은 “연(kite)” 입니다. 처음부터 연날리기 관련 글이라고 했다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을 것입니다. “연”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연과 관련된 경험과 지식이 우리 뇌에서 작동(activate)되기 때문입니다. 신문지나 잡지, 걷기와 뛰기, 걸림(complications)과 비에 젖기 등이 모두 연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지요. 소위 “스키마 이론(Schema Theory)”이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핵심 주제나 배경지식을 갖고 읽기에 임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이해의 속도와 깊이가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 영어로 글을 읽는 일은 단어를 하나하나 읽어내서 더 큰 내용을 만들어 나가는 상향식 처리(bottom-up processing)로 이해됩니다.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들이 모여 문단을 이루며, 문단들이 모이면 글을 구성하므로 단어를 잘 이해하면 전체 글의 이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벽돌 하나하나와 같은 단어들이 쌓이고 쌓여 큰 건물과 같은 글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상향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스키마 이론은 읽기가 관련된 경험과 지식을 통해 지문을 이해해 나가는 하향식 처리과정(top-down processing)을 수반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특정한 지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고,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하다면 단어가 조금 어려워도 글을 이해해 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상향식 처리과정과 하향식 처리과정 모두가 중요하며 이 둘이 서로 긴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읽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둘이 서로 엮여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상호작용적 처리(interactive processing)”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영어로 글을 읽는다고 해도 배경지식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경지식을 쌓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영어로 읽기가 아닙니다. 단시간에 지식을 쌓으려면 해당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이를 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이기 때문입니다. 단위 시간당 정보처리량을 생각하면 외국어로서의 영어와 평생 써온 우리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지요.

많은 이들이 이 점을 간과합니다. 끈기를 가지고 읽기를 완수하는 분도 있지만, “영어공부는 무조건 영어로”라는 슬로건을 맹신하여 모르는 단어 투성이의 지문과 씨름하다가 제풀에 나가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영어읽기의 목표가 ‘영어공부’에도 있지만 ‘읽기 내용의 이해’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향식 처리만을 고집하여 ‘오로지 영어로!’를 고수하는 전략 보다는 한국어로 견실한 배경지식을 쌓아 하향식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욱 현명합니다. 전문영역을 공부할 경우에는 이 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결국 영어읽기와 우리말 읽기를 배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오히려 서로 보완하고 도울 구석이 많습니다.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쌓아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데 있어 한국어와 영어의 멋진 ‘콜라보’를 꿈꿀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영어공부를 우리말로!”라는 말이 결코 모순되지 않습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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