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우화: 이상한 네이티브 나라의 솔리스

솔리스는 스케이트 레슨을 받기로 했다. 빙판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마음 속에 큰 꿈 하나씩 품고 있다는 점은 똑같았다. 바로 김연아처럼 되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주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은 그냥 다 별로라고 했다. 멋도 없었고 트리플 악셀도 없었다. 스피드도 부족했다. ‘별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스케이트를 꽤 잘 타는 듯한 사람들 조차 즐거워보이지 않았다. 솔리스는 첫날부터 풀이 죽었다.

얼마 후 솔리스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도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꿈이 조성진처럼 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했던 건 사람들이 들입다 쇼팽만 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들의 머릿속은 “조성진 = 쇼핑” 등식으로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하농을 치는 사람은 아직 쇼팽을 못치는 게 불만이었고, 베토벤을 치는 사람은 아무리 해도 우아함이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댔다. 쇼팽을 치는 사람들은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 사람들도 불만 투성이이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해도 조성진의 테크닉과 ‘삘’이 나지 않는다는 거였다.

피아노 학원에서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사람들이 다른 사람 실력을 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쟤 아직 조성진 발끝도 못따라오는데?”
“왜 조성진 흉내내고 있냐. 비슷하지도 않으면서.”
“개똥이 피아노 스타일이 정말 이상하지 않냐? 완전 동네 피아노 스타일.”

이런 모습에 솔리스는 답답해졌다. 뭘 배워도 마음이 허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서였을까. 어찌해도 행복하지 않은 스케이트. 아무리 쳐대도 즐겁지 않은 피아노. 아직 시작도 안한 솔리스는 영혼이 탈탈 털리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느 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신주에 광고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네이티브 스케이트학원. 1년이면 완벽 트리플 악셀 가능. 최고의 강사진이 당신을 김연아로 만들어 드립니다.”

솔리스는 전화번호를 뜯어내 집에 들어서며 핸드폰 자판의 ‘통화’버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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