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영어학습, 어떻게 할 것인가: 딜레마와 해법에 대하여

국가교육과정 이외에 유아, 청소년 시기의 영어공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학부모의 관점과 가치관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학부모의 성향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다음 두 축에 속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어교육에 관련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1) 학부모의 주도적 선택. 계획. 실행. 두려움. 능력. 시험. -> 성과 추구형

(2) 자녀와의 대화. 자율성. 책임. 새로운 세계. 성장. 즐거움. -> 원리 추구형

세 차례에 걸친 학부모들과의 집중인터뷰(FGI)에서 추출해낸 키워드 목록은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자녀의 영어능력 신장을 통한 시험대비를 중시하는 경우에는 자율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보력과 주도적 선택을 앞세우는 반면, 자녀와의 대화를 중시하는 경우에는 즐거운 성장을 위한 영어공부, 학생들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저는 이 두 성향을 “성과 추구형”과 “원리 추구형”이라고 부릅니다. 전자가 주변의 소문, 사교육 컨설팅, 웹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최적의 영어공부 방안’을 끊임없이 찾으려 하는 반면, 후자는 영어를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공부하면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한 길은 다양할 수 있다는 관점을 견지합니다. 시험성적으로 대표되는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경향과 자율적인 선택 및 학습능력을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성향이 한 사람 안에서 공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자율과 원리를 추구하는 듯하다가, 주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도 시켜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참 자녀를 ‘푸쉬’하다가도 순간 ‘이건 정말 아닌데’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시계추처럼 양 극단을 왔다갔다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지요.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어와 자녀에 대한 태도가 바로 교육적 실천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즉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대개 ‘원리 추구형’ 가치를 암묵적으로, 또 진심으로 지지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서 특정 시기 자녀가 꼭 해야만 하는 영어공부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찾아보게 됩니다. 많은 경우, ‘아이가 이런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혹은 ‘영어는 즐거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방과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방학에 아이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 ‘어떻게 뒤쳐지지 않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힘을 잃게 되지요.

추상적 가치관과 구체적 실행 사이를 채우는 것은 수많은 영어교육 프로그램의 유혹과 친구들과 동네의 ‘압력’, 그리고 ‘무능력한 부모’로서 ‘실패한 자녀’를 대면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때로는 부모 뿐 아니라 학습자들도 또래와 자신을 비교합니다.

이렇게 엉켜버린 영어교육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저는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딜레마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얼마나 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지금 아이의 삶에서 영어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다시 “영어교육에 관련된 정보를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자녀와 함께 영어교육의 문제를 풀어갈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많이 듣고 배워서 아이에게 정답을 제시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 속에서 자신도 자녀도 삶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주체로 성장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정보는 넘쳐납니다. 그 모든 것들을 면밀히 검토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상황에서 ‘정답의 선택’이라는 프레임으로 영어교육의 문제를 풀어내려 할수록 부모로서의 무능감, 주변의 유혹과 압력, 실패에 대한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바른 영어교육의 길’을 단수형으로 생각하는 순간 선택지가 간절해지고, 그 선택지를 가장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은 무성한 소문과 성공경험담, 그리고 세련된 마케팅 담론일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들 “교육에 있어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라”고 합니다. 무서운 것은 ‘합리성’을 정의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자본의 이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합리성이 아닌 그들의 합리성인 것입니다.

대형마트의 수많은 시리얼 상자들이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지 못하듯, 수많은 학습법과 프로그램들이 배움의 자유를 확장하진 못합니다.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건 어느 정도의 만족을 주지만 근본적인 방향을 바꾸진 못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시대의 학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학원을, 프로그램을, 과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의 탁월함이라기 보다는 자녀와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실천적 주체로서의 능력일지 모르겠습니다. 자녀의 영어학습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영어학습의 문제를 영어 안에 가두려 할 때 더욱 중요한 문제를 방기하게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영어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여 시킬 것은 반드시 시키는 부모”가 아니라 “영어와 삶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녀와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부모”들이 이 사회의 더 큰 목소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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