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명의 대학생들이 말하는 “나의 영어”

110 여명의 (영어 표준점수 중위에서 중하위) 대학생들에게 “자기 영어실력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해 본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관식 문제였고, 응답자들은 보기 없이 자신의 말로 스스로의 영어실력을 표현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왔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기초가 부족하다”

110명의 응답자중 무려 29명이 ‘기초가 부족하다’라는 답을 해주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초부터 다시 해야 한다”, “기초 없음”, “기초 부족”, “기초가 부실” 등의 답을 했습니다.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서 ‘기초가 없다’라는 반응이 이렇게 많이 나온 것으로 보아 우리 사회에서 “영어공부는 기초에서부터 해야 한다”라는 담론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초의 부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면 영어공부의 기초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어떤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지요. 이에 대한 해석의 실마리는 다른 대답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답변 내용:

고등학교 때 배운것도 잘 모름
아직 배우고 공부해야 될 것이 많다
처음부터 해야
기초가 전혀 안되어 있다.
처음부터 기초를 쌓아야
기초부터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함
기초부터 다시
가끔씩 생각날 때, 기초를 다시 다지고 시작해야
기초없음
기초 부족해서 단어 문법부터해야
기초부족, 듣기는 조금 됨
기초없음
기초 전혀 안되어 있어 처음부터 시작해야
처음부터 다시해야
기초 부족
기초 없어 전공서적 읽는 게 힘듬
기초가 부족하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
기초부족해서 자세히 공부해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함
기초없음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정도
기초부터 시작해야
기초부족, 단어만 조금 앎
기초가 부실, 처음부터 해야함
처음부터 다시해야
기초 없음
기초가 전혀 안되어 있어 처음부터 시작해야
기초 없음
기초부터 다시
기초 부족해서 처음부터 해야함
기초만 조금 되어있음

막연한 언어로 자신의 실력을 규정하는 경우: 한편 아주 추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실력을 규졍하는 경우도 꽤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좋지않다”, “어느 정도의 틀은 잡혀 있지만, 세세한 부분은 아직이다”, “감으로 해결한다”, “엉망진창이다”라는 답변들이 있었습니다.

심하게 못한다
엉망진창
수준이 아주 낮음
잘 못한다.
바닥

기초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한 응답자들이나 막연한 언어로 자신의 영어실력을 소개한 응답자들 모두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못한다”는 정서였습니다.

읽기에 대한 답변들

두 번째로는 독해 혹은 읽기 영역이 부족하다는 대답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영자신문을 대충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독해 가능”, “독해부터 다시 시작”, “중하위 기본 독해 가능” 등의 답이 나왔습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흔히 분류되는 언어의 네 기능 중에서 독해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영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읽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거의 4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읽기 혹은 독해에서의 약점을 영어 실력의 가장 큰 잣대로 보고 있었습니다. 실제 답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략적인 내용파악은 쉽게 할 수있다.
중급 정도- 영자신문 대충 훑어보기 가능
문장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전체 흐름 파악
어느정도 독해 가능, 어휘 회화 부족
회화문법 어렵지만, 독해는 좋다
아는 단어가 부족해 독해 어려움
짧은 광고글 그림과 함께 이해가능
영자신문 읽기 가능, 전공서적 큰 무리 없음 (사전필요)
읽기 흐름에 따라 가능, 문법 기초 없음
독해가 어느정도 수준에 있다
독해 가능 말하기 듣기 부족
대략 내용파악 가능, 정확한 어법 약
많이 부족, 독해부터 다시 시작
문법 문제 서투름, 리딩 흐름 잘 파악
영문잡지 내용 파악 가능
완전히 이해 못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
보통
영화 소설 등 대략 내용파악 가능, 구체적 또는 어려운 것 이해 못함
중 하위 기본 독해가능
뉴스,신문 이해도 80%, 어휘부족
대강 이해
단어 알면 해석 어느 정도 가능
읽을 수는 있다
독해만 어느 정도 가능
독해 가능, 문법 못함
초등용 영문 동화책 정도
읽기 사전 찾아가며 가능, 듣기 문법 부족
독해 가능, 회화문법 불가
독해는 조금, 어휘문법 어려움
독해를 풀면 맞춘 문제 많으나 시간 오래 걸림, 듣기 잘 안됨
독해 문제 없음, 문법 약
영자 동화책 독해 가능
영어자막으로 영화 자주 봄. 시험에서는 RC부족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원서를 사전 찾아가며 읽는다. 사전 없이도 분위기 내용 대강 파악 가능
해석 이상하거나 안됨
영자신문 사전찾으면서 읽을만함

세 번째로는 회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생활영어 몇마디 가능, 문법 부족
간단한 대화 가능
외국인과 대화하는 데 지장 없음
생활영어 가능, 뉴스와 신문 어렵다
짧은문장, 쉬운 회화는 부담없음, 말하기는 자신없다.
외국인을 만나면 말문이 막히고 정리가 안됨
외국인과 답답하지만 의사소통한다

네 번째로 어휘, 쓰기와 듣기, 문법에 대한 언급 또한 있었습니다.

<어휘>

어휘력부족
단어암기필요
단어많이 외워야
단어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말하기부족,어휘력부족

<쓰기>

작문 잘함, 말하기 능력 떨어짐
말하기쓰기 실력 다른 것보다 뒤처짐
쉬운 단어로 작문 약간 할 수 있음
영작, 말하기 힘들어
외국인에게 email보낼 때 error있어도 의사소통가능함

<듣기>

왠만큼 들을 수 있다.
시험은 잘치나, 회화실력 엉망. 듣기안됨
독해 어느 정도 가능, 듣기 회화 취약
천천히 말을 하면 이해됨, 빠르면 안됨.
로맨스 영화를 이해하는 정도
듣기 약함, 독해 가능

<문법>

문법 전혀 모름, 간단한 의사소통가능
문법은 안맞지만 말은 통하는 정도
문법 약함
문법 기초 특히 부족, 독해 어느 정도 자신
문법 단어 모름

설문은 간단한 답변을 들어보는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초’의 실체가 무엇인지, ‘막연한 기초 부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지는 영어공부에 대한 태도는 어떤 것인지 파악함에 있어 참고해 볼만한 자료입니다.

그럼에도 영어공부에 시사하는 점 세 가지가 도출됩니다.

먼저,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평가함에 있어 굉장히 ‘뭉툭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초부족’, ‘못함’, ‘안됨’ 등의 묘사가 주를 이루는 것은 특정 영역을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 영어공부를 하고도 그에 대해 설명해 낼 수 있는 개념적 레퍼토리(repertoire)가 부족함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압도적으로 ‘못함’과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중에 ‘잘함’과 같은 표현이 나오지만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부족함(deficiency)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실력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기 영어실력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해 본다면?”이라는 질문은 중립적이지만 답변은 완벽히 부정적이었다는 점은 묵직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마지막으로는 영어공부를 4기능(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이나 문법, 어휘 등으로 영역화하는 데 익숙하여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영어를 잘한다”거나, “정치쪽 기사는 좀 읽히는데 스포츠는 못읽겠다”와 같은 좀더 세밀하고 개인화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의 생각은 자신의 공부법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읽기공부”가 아니라, “하루에 뉴욕타임즈 과학기사 하나 읽기”가, “말하기 공부”가 아니라 “하루에 10분짜리 코미디 클립 하나씩 보면서 등장인물 K의 말 그대로 따라해 보기”가 훨씬 나은 학습전략이기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 ‘기초’에 대한 언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게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요즘 대세인 여러 성인 기초영어 학습 서비스들은 이런 심리적 요인을 잘 건드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O년을 공부해도 기초도 안되어 있다”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일종의 한 혹은 트라우마로 많은 이들에게 남아있는 것 아닌가 싶은 것이지요.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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