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을 위한 근거이론 이야기 (1)

Posted by on Oct 14, 2018 in 강의노트, 수업자료, 집필 | No Comments

1.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요? 여러분들은 왜 공부를 하시나요?

2. 하나로 답할 수는 없습니다만 공부의 지향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이해(understanding)일 것입니다. 공부를 통해 나 자신을 포함한 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지요.

3. 인문사회과학은 세계를 깊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 접근을 취합니다. 하나는 양적 방법론이고 다른 하나는 질적 방법론입니다. 각각은 영어로 quantitative methodology, qualitative methodology라고 합니다.

4. 이 두 방법론을 모두 다루기 위해서는 몇 년의 수련이 필요합니다. 양적 방법론과 질적 방법론 내에 갖가지 연구방법(research method)이 존재하고, 이 방법 하나하나를 익히는 데만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5. 하지만 이 두 방법론을 떠받치는 기둥을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적 연구 방법론: 세계에 존재하는 양적 변수들 간의 상관성과 인과성을 탐구하고 규명하는 작업
질적 연구 방법론: 세계 내에 존재하는 현상의 이면에 내재하는 개념과 의미, 그들의 특성들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작업

전자가 주로 양화될 수 있는 데이터(quantifiable data)를 다룬다면 후자는 주로 양화될 수 없는 데이터를 다룹니다.

6. 근거이론은 문화기술지 연구, 사례연구, 내러티브 연구 등을 포함한 질적 연구에 속합니다. 영어로는 Grounded theory라고 합니다.

7. 근거이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근거이론이 지향하는 바를 제 나름대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근거이론가들의 엄밀한 논의라기 보다는 언어데이터를 주로 다루는 응용언어학자인 제 관점에서의 이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8. 세계에는 수많은 말과 글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언어를 통한 소통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TV 뉴스를 보거나 수업을 들을 때, 도서관에서 또 스마트폰으로 책을 볼 때,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떨 때, 유튜브에서 강연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볼 때 등등 언어가 미치지 않는 생활공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9. 사회의 구조에, 우리 뇌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우리 삶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언어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닐 겁니다. 말은 다른 말들과 연관을 갖고 있고, 이 말들은 우리의 사고에 접지되어 있으며, 이 사고는 문화 속에서 특정한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10. 이 점을 인정한다면 특정한 말을 깊게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고, 이 질서를 다른 말들과 연결시키고, 그리고 이를 더 큰 문화적 힘들과 연결시킬 때 어떤 ‘그림’이 보일 수 있습니다.

11. 다시 말해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것에서 벗어나 ‘말의 이면에 있는 말들, 그 말들이 이루는 개념적 체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 예를 들어 봅시다.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다른 것’이라는 말로 답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다수가 말하는 ‘수준차’가 한국 교육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이 답변에 다른 의미, 더 깊은 뜻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요? 혹 이야기를 좀더 나누다 보면 ‘수준차’가 말하는 바를 좀더 알수 있지는 않을까요?

13. 앞으로 세 시간 동안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말을 깊게 이해하는 방법론’으로서의 근거이론(grounded theory)에 대해 고민해 보려 합니다.

“말의 표면이 생각의 본질인가?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인가? 말로 표현되는 정보에서 생각의 지형을 캐낼 방법은 없는가?”

#학부생을위한근거이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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