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을 위한 근거이론 이야기 (3) – 왜 하필 근거이론을?

1. 이 수업은 연구방법론이 아니라 영어교육과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수업입니다. “영어교육의 외부”에서 영어교육을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전반부는 디자인 사고, 미디에이션, 멀티리터러시, 언어경관 등의 관점을, 후반부에는 코퍼스 언어학, 구글북스, 자동번역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다루지요.

2. 그런데 하필 이 수업에서 근거이론을 다루는 이유가 뭘까요? 궁금해 하시는 분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 수업의 테마 중 하나인 교육공학이 교육현장의 이슈를 발굴하고 이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학문이라는 점입니다. 근거이론의 기초를 배우면서 일상에서 지나치는 언어의 풍경 속에 어떤 이슈들이 숨어 있는지 탐구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말이 품은 세계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3. 두 번째는 좀더 근본적인 고민입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고 상상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니까요. 그에 비해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것들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런 ‘올드한’ 테크놀로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입니다. 저는 언어가 아주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진화해 왔기에 ‘테크놀로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진보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해 낼 수 없다(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는 클락의 세 번째 법칙(Clarke’s third law)과 같이 언어는 우리 삶의 마법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완벽한 마법이어서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것이지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느끼지 못하고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망각한 것처럼 말입니다.

4.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새롭지 않다고 느끼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이러한 습속(habitus)을 깨기 위해서는 언어 안으로 깊이 들어가야만 합니다. 언어와 사고, 삶의 질서가 교차하는 방식을 탐구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5. 한 가지 고백할 것은 저는 근거이론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진 않습니다. (설명할 시간은 없지만) 제가 공부하고 자주 활용하는 이론은 사회문화이론과 활동이론입니다. 또한 질적연구 중에서 근거이론과는 결이 많이 다른 문화기술지 연구에 더욱 동조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텍스트와 씨름하는(engage) 방법으로 근거이론만한 도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론과 실습을 함께 해나가면서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학부생을위한근거이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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