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이론가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

Posted by on Oct 24, 2018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일상 | No Comments

“많은 사람들이 큰 이론이나 영향력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어해요. 파급력이 큰 것들을 추구하죠. 하지만 이론이나 모델은 그 본성상 일반적일 수밖에 없어요. 고도화의 추상화를 특징으로 하니까요. 당연히 개개인의 삶에 가 닿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교사의 역할은 이론가의 역할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어요. 이론에 기반해서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교사를 통해 학생에게 전달되는데 결국 학생 하나하나가 경험하는 것은 교사와의 상호작용이거든요. 이론이 아니라요.

오늘 여러분들이 나누어 주셨듯이 다른 무엇보다도 선생님 때문에 영어를 좋아하게 되는 학생이 꽤 있어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학생이 만난 건 이론이 아니라 교수자입니다. 교사의 자세, 태도, 실력, 눈빛, 말투, 사람됨이죠. 이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나를 통해 교과라는 세계 전체를 만나게 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요.”

“외국어교육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다른 언문화권에서 이론이 들어오는 일이 많죠. 그런데 이론이 수입될 때 보통 그 이론이 성장하고 뿌리박은 토양은 탈각되고 앙상한 개념들만 들어와요.

예를 들어 “의사소통중심 교수법(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은 미국과 캐나다의 토양에서 만들어진 이론인데 한국으로 왔죠. 주로 영어 원어민 화자들이 제2언어로서의 영어(ESL)를 가르치는 환경에서 발전된 이론인데 영어가 외국어(EFL)이자 주요 입시과목인 상황에 적용된 거죠. 아시다시피 많은 면에서 실패했어요.

뿌리박았던 토양을 잃은 나무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사실 그래서 한국사회라는 토양에 서 특정 개념의 위상과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에 기반해 실천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중 제일 중요한 게 교사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서 교사는 이론의 생사를 결정하는 존재라고 봐요. 교육이론의 완결성은 텍스트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증명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교사의 역할은 이론가 못지 않게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학생들의 영어학습사 발표를 들으면서 덧붙인 말입니다. 자신의 공부사를 돌아보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나아가 앞으로 가르치게 될 학생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이론에 주눅들거나 매몰되지 않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과 만나는 가운데 이론가 못지 않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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