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2)

이런 면에서 우리는 영어공부를 ‘더욱 나답게 되는 일’로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주어진 내용을 충실히 암기하고 쌓아가기 보다는 영어라는 자원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일에 천착하는 것이지요. 쏟아지는 정보와 교재, 학습법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저는 세 가지 원칙을 제안드리려 합니다.

하나. 공부 대상 및 과정의 구체화 (concretization)

둘. 영어 레퍼토리 수집 (collection)

셋. 끊임없이 나만의 이야기 만들기 (personalization)

나다운 나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영어공부를 위한 첫 단계는 나에게 맞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입니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일반적인 목표, ‘누구에게 적용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지금 시기 내 삶에서 영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꼼꼼히 따져보는 일 말입니다.

“영어를 배운다”는 말은 매우 추상적입니다. 우선 ‘영어’가 담는 내용과 행위가 광범위합니다. ‘배운다’는 동사 또한 애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영어의 쓰임과 기능이 다양하기에 영어학습이 포괄하는 범위가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공부의 대상이 두루뭉술할 때 그 대상과 자신의 거리가 멀어집니다. ‘영어’는 거대한 만큼 멀리 있고, ‘배운다’는 애매한 만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가기 마련입니다. ‘뭐 좀 해보려고 하’면 하루가, 한 달이, 또 한 해가 금방 사라지지요.

그렇기에 나다운 영어공부는 추상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구체화하는 과정 즉, 구체적인 활동과 내용, 꼼꼼한 학습법을 만들고 실천하는 과정을 지향합니다. 최적의 시간과 장소, 콘텐츠와 순서, 암기와 정리법 등을 탐색하고 이를 실천하면서 자신의 몸에 맞는 공부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보는 일 자체가 훌륭한 공부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부터 영어공부 좀 해야지’가 아니라 ‘내일 밤부터는 자기 전에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30분간 보고, 스크립트를 세 번 정도 정독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 단어장에 정리하고, 스크립트 없이 다시 한 번 보고, 이후 쉐도잉을 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 두 개를 골라 공책에 적어야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해낼 수 있는 작은 과업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특히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힘든 직장인이라면 여러 가지를 동시에 공부하려 하기 보다는 한 가지를 꼼꼼하게 계획해야 합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미약해 보이지만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영어실력이 훌쩍 커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다운 영어공부를 위한 두 번째 전략은 다양한 종류의 수집(collection)입니다. 어렸을 때 우표나 기념주화, LP 등을 꾸준히 모으는 수집가 몇몇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은 (1)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2) 조금씩 꾸준히 모으는 데서 뿌듯함을 느끼지만 (3) 정말 아끼는 대상이라면 집요한 노력을 통해 손에 넣는 데 있었습니다. 이런 수집가들의 특성을 영어공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정치에 관심이 있고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웹에서 그의 연설들을 찾아보고, 멋진 표현을 모으고, 최고의 연설에 순위를 매겨보고, 인상적인 대목을 외워 말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요다와 다스베이더의 말을 최대한 모으고 그중 멋진 대사를 반복해서 낭독하고 녹음하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겠지요. 특정 도시를 텍스트로 삼아 주변의 영어 광고나 간판들을 찍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거나 어색한 안내문을 모아 수정해 볼 수 있습니다. 구글 스트리트 뷰와 같은 지도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도시의 언어경관을 탐색할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안하듯 TED 강연을 통해 청자와의 유대를 높이는 표현, 설득을 위해 초석을 까는(priming) 과정, 말의 속도나 발성이 달라지는 순간들,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활용되는 메타포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프리젠테이션 기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유튜브에서 자막이 제공되는 푸드 채널을 꾸준히 보면서 관련 표현을 익히는 것도 좋습니다. 요리쇼는 음식의 이름이나 계량과 관련된 어휘들 뿐 아니라 다양한 동작을 나타내는 구어 동사 표현의 보고죠.

IT관련 리뷰 유튜버를 꾸준히 팔로우하면서 기술 및 제품 관련 영어를 익히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평을 받아쓰기 하면서 다양한 칭찬 및 비판에 유용한 어구나 깊은 감동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울 수도 있겠습니다. 위키북스나 핀터레스트에서 인물별, 주제별 명언을 모으거나 유명 인사들의 유언을 모아 공부할 수도 있고, 잘 정리된 유머나 말장난 사이트를 독파할 수도 있겠지요. 영어를 오랜 시간 공부한 학습자라면 ‘자본주의 광고의 꽃’으로 불리는 미국 수퍼볼 광고를 시청하고 관련 언론기사를 읽으며 광고에 드러난 미국 문화의 단면을 공부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러 영역의 수집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관심이 가는 주제 1-2개를 따라가며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생각보다 깊은 내공이 쌓입니다. 이는 다른 분야를 수집하고 공부할 수 있는 초석이 되지요. 내공과 내공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영어공부 세 번째 전략은 “나의 말로 바꾸기”입니다. 이는 언어학습 이론에서 개인화(personalization)라고 불리는 기법입니다. 생소한 주제를 다룬 글에 나온 단어는 금방 외워지지 않습니다. 한-영 혹은 영-한 단어 목록으로만 배운 단어들도 쉬이 잊혀지지요. 이때 단어와 좀더 친해지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화’의 원리입니다. 사람과의 사귐처럼 말과 사귈 때 그 말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효율적인 개인화를 위해서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장을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써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배웠다면 내 주변 사람들과 형용사를 매치시켜 보고, 새로 배운 속담을 제목으로 하는 경험담을 써보는 것입니다. 회사내 인간관계를 다룬 지문을 읽었다면 그 내용을 현재 직장에 적용해 보고 몇몇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과 상사와의 관계를 묘사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영어자료를 대하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교재에서 제시하는 단어와 문장을 최종 학습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재를 종착지로 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교재의 잠재력을 절반도 활용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주어진 텍스트에 등장하는 어휘, 문장, 문법 등의 요소를 학습의 목적지가 아닌 출발점으로 삼을 때 영어공부가 더욱 풍성해집니다. 제시된 내용의 암기를 넘어 나의 생각과 감정, 의견과 바람을 표현하는 재료로 삼는 관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교재개발 전문가가 전해준 언어는 ‘올바른 것’일지는 모르지만 ‘나의 것’은 아닙니다. 영어교재 집필자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성장시키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나답게 되는 영어공부를 위한 방법으로 구체적인 공부법의 탐색, 흥미로운 콘텐츠의 수집, 나와 세계를 표현하는 습관 형성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인 모두를 위한 영어학습법이 아니라, 영어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교육과정 속에, 영어학습 이론에, 마케팅 슬로건에 속한 영어가 아니라 내 손 안에, 혀 끝에, 수집 목록에, 유튜브 채널에, 노트 필기에, 다양한 간판들 속에, 자주 찾는 요리 웹사이트 속에 있는 구체적인 영어를 찾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영어를 암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나를 키워가야 합니다.

영어를 통해 내가 더욱 나다워진다는 것은 영어가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들의 말”을 “나의 말”로 바꾸는 과정에서 영어가 자라고 내가 성장합니다. 더 나은 자신을 찾아나서는 삶을 위한 영어공부의 길,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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