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을 위한 근거이론 이야기 (6) –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들

Posted by on Nov 6, 2018 in 강의노트, 수업자료, 집필 | No Comments

본격적으로 코딩에 들어가기 전에 Strauss & Corbin (1990)에 기반해 몇 가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데이터 코딩에 함몰되어 아래 이야기들을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근거이론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 근거이론의 ‘근거’가 되는 이론 두 가지는 실용주의와 상징적 상호작용이론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이론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큰 일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근거이론이 다른 질적연구방법론과 갈라지는 부분 중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시차가 있습니다. 근거이론에서는 수집과 분석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데이터가 들어오면 바로 분석을 하고, 이 분석이 추후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이끌게 됩니다. 수집과 분석의 유기적 결합은 연구자로 하여금 세계에 대하여 열린 자세를 갖게 함과 동시에 ‘미리 정해 놓은 문제’가 분석과정에서 편향을 갖지 않도록 돕습니다.

3. 여러 학자들이 혼용해서 쓰고 있는 용어로 개념(concepts)과 범주(categories)가 있습니다. 적어도 Strauss & Corbin에게 있어서는 범주가 개념의 상위 범주입니다. 이 수업에서는 이 용례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4. 근거이론의 기본 분석단위(unit of analysis)는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원자료 자체를 분석하기 보다는 자료에서 추출한 개념을 가지고 이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를 분석하지만 세계를 있는 그대로 분석하지 않습니다. 사실 ‘있는 그대로’를 기술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추상적 이론의 생성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지요.

5. 개념을 모아놓는다고 범주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컨텐츠 분석과 다른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개념은 그것이 갖는 속성들(properties)과 차원들(dimensions), 그것이 일어나게 하는 조건들(conditions), 그것에 의해 표현되는 행위와 상호작용(actions/interactions), 나아가 그것의 결과(consequences)에 근거하여 개발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분석할 데이터가 작아서 이점을 깊이 이해하긴 힘들겠습니다만, 개념을 묶어놓는다고 범주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6. 이론적 샘플링은 인구분포나 대상집단의 특성을 기준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론적 샘플링의 근거가 되는 것은 5번에서 말씀드린 개념입니다. 연구자는 개념을 따라 샘플링을 하는 것이지 ‘여성이 두 명 모자라니 두 명의 여성을 더 인터뷰하자’든가, ‘연령이 치우쳐져 있으니 이번에는 50대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자’는 결정을 하진 않습니다. 근거이론 샘플링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 아닐까 합니다.

7. 다시 말해 근거이론에서 전체 현상을 대표하는 것은 대상 인구집단의 특성이 아니라 개념의 특성입니다. 중심개념의 다양한 측면들을 밝히 보여주어 이론화에 도움을 주는 샘플링이 필수입니다.

8. 근거이론의 방법론적 특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비교(constant comparison) 기법입니다. 데이터 내에서 하나의 사건은 다른 사건과 비교됩니다.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꼼꼼히 살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개념과 범주는 언제나 한시적(provisional)인 것으로 인식됩니다. 다른 데이터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변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의 데이터라 하더라도 특정 현상 초반과 후반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A의 변화 패턴과 B의 변화 패턴을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이 쌓이고 개념과 범주가 추상화될수록 비교의 수준도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쪽으로 진화합니다.

9.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변이를 설명해 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왜’라는 질문과 짝을 이루고 있지요. 이에 잘 대답할 수 없다면 더 많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데이터를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10.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근거이론의 기본 가정 중 하나는 사회현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일련의 과정을 낳게 되죠. 데이터를 대할 때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고 묻는 것만큼 “여기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11. 이 모든 것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메모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데이터에 동시에 접근하여 이를 처리하고 해석하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연구의 과정 내내 이론을 발전시켜 나갈 전략을 궁리하고 이를 꼼꼼한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논문을 쓰실 일이 없으니 메모를 비교적 간단히 쓰시면 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심도있는 메모를 쓰는 것을 권합니다. 연구자가 데이터와 씨름한 흔적은 오롯이 메모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자 이제 드디어 진짜 데이터 코딩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

참고자료
https://med-fom-familymed-research.sites.olt.ubc.ca/files/2012/03/W10-Corbin-and-Strauss-grounded-theory.pdf

#학부생을위한근거이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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