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관사학습의 원칙: 텍스트로 공부하세요.

영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영어 전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부동의 1위는 정관사 the 입니다. 보통 텍스트의 5-6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네요. 스무 단어 중에 한 단어 꼴이니 꽤나 빈번하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인풋가설에 따르면 우리는 the의 전문가여야 합니다. 문장의 맥락에서 이해가 되는 the를 접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니, the 사용에 별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영어 관사 사용을 ‘넘사벽’으로 느끼는 분들이 굉장히 많지요.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차피 안될 거 뭘 그리 신경쓰나’라는 분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관사의 바다 속에서 관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잔 밑이 어두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관사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어 화자에게 영어 관사가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영어교육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죠. 관사는 개념적으로 상당히 복잡하여 이해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풀어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많지 않습니다. 어려우면 더 쉽게 정리해서 명확히 가르쳐야 하는데, ‘어차피 안되니까’, ‘차차 공부하다 보면 실력이 늘고, 실력이 올라가면 이해가 될테니까’라며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지요. 이런 자세는 될대로 되라는 식에 가깝습니다. 요즘은 좀 나아진 것 같지만 제 경험상 대부분의 관사 교수법은 엉망이었습니다.

사실 극소수의 직군을 빼면 완벽한 문법을 구사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비단 관사만의 문제는 아니고 문법 전반이 그렇지요. 의사소통에 심각한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영어를 하면 되고, 엄밀한 정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언어학습이 ‘아주 작은 변화’를 쌓아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안될 것’이라고 체념하고 무조건 맡기려 하기 보다는 조금씩 공을 쌓는 거죠. 세상 모든 배움이 그렇듯 하루 하루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관사에 대해 강의를 할 때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저도 틀립니다. 그런데 공부하기 전보다는 훨씬 덜 틀려요. 덜 틀리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는 건 기쁜 일이예요.”

계속 공부해도 틀릴 수밖에 없으니 포기하는 게 맘 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관사를 신경쓰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는 분들은 또 그렇게 소통하시면 됩니다. 저처럼 ‘점점 덜 틀리는 것’도 나름 괜찮은 일이라 생각하는 분들은 언어의 규칙과 자신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공부하면 되겠죠.

계속 관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은 두 가지를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관사는 정관사와 부정관사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정관사, 부정관사, 무관사로 나뉩니다. 즉 ‘a냐 the냐’라고 물어보시지 말고, ‘여기 a냐 the냐 아니면 아무것도 쓰지 말아야 하는 거냐’라고 물어보셔야 한다는 겁니다.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가지고 문법서의 관사 섹션을 꼼꼼하게 다시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설명과 예문을 공부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관사가 훤히 이해되지는 않겠지요.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관사를 문법책 뿐 아니라 텍스트 안에서 발견하고 분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해당 문법을 설명하기 위해 골라놓은 예문은 이해가 잘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맥락에 딱 맞는 예문들만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사와 같이 복잡한 문법현상의 경우 텍스트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떻게 ‘텍스트 안에서 관사 공부하기’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우선 자주 접하는 글을 고릅니다. 우선은 내용을 이해하며 한 번 읽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관사(a, the, 무관사)가 나오는 모든 예에 밑줄을 칩니다. 그리고 각각의 경우에 왜 a 혹은 the가 쓰였는지, 혹은 왜 관사가 쓰이지 않았는지를 메모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메모해 두었다가 추후 관사 사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아래는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위키피디아의 아델 소개 문단을 관사를 중심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오늘 당장 이런 관사 공부를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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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Laurie Blue Adkins MBE 사람 이름에는 보통 관사가 붙지 않습니다.

an English singer and songwriter 직업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는 a/an. 여기서 중요한 것은 a songwriter 라고 뒤에 a를 붙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songwriter 하나만 쓰면 a를 씀에도 앞에 나오는 an이 이 두 개념을 모두 커버하고 있습니다.

the BRIT School for Performing Arts and Technology 학교 이름에서 School for … 로 시작하는 학교 앞에는 대개 the가 붙습니다. (Harvard University 같은 학교에는 관사가 없죠.)

a recording contract 세상 수많은 레코딩 계약 중 하나이니 a 입니다. 특정되지 않는 것이지요. 뒤의 a friend도 마찬가지입니다.

the same year – the same의 경우 뒤의 명사가 특정되므로 the same으로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In 2007 ‘몇 년에’라고 할 때는 In 다음, 연도 앞에 관사가 없습니다.

the Brit Awards “Critics’ Choice” award – award를 특정하므로 the OOOO award라고 썼습니다. 뒤의 the BBC Sound of 2008 poll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죠. (the OOO poll, OOO로 투표가 특정됨.)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 여기서 success는 일반적 의미의 성공입니다. 수많은 성공 중 하나(a)도 아니요, 특정한 성공(the)도 아닌 추상적이고 일반적 의미의 success이므로 무관사(zero article)가 적절합니다.

the UK the United Kingdom / 뒤의 the US 에도 the가 붙는다는 것 유의하세요!

The album 앞의 특정한 앨범을 가리키므로 the가 맞습니다.

An appearance – appearance가 처음 언급되는 것. 여러 appearance 중 하나임을 의미합니다.

Saturday Night Live 프로그램 이름에 관사 안붙는 경우입니다. 물론 the가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in late 2008 – in early/late 연도 할 때 보통 정관사가 없습니다.

At the 51st Grammy Awards in 2009 그래미 어워드 전체를 가리킬 때 복수로 쓴다는 것 유의하세요. 상은 여럿이니까요. (단수 an award는 단일부문의 상을 지칭할 수 있겠지요.)

the awards for Best New Artist and Best Female Pop Vocal Performance 이 경우에는 두 개의 상이라 awards입니다. 뒤의 부문들에 의해 award가 특정되므로 the awards로 정관사를 써서 표현합니다. (만약 여러 그래미 중 하나를 탔다는 의미라면 win a Grammy award라고 표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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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Laurie Blue Adkins MBE (/əˈdɛl/; born 5 May 1988) is an English singer and songwriter. After graduating from the BRIT School for Performing Arts and Technology in 2006, Adele was given a recording contract by XL Recordings after a friend posted her demo on Myspace the same year. In 2007, she received the Brit Awards “Critics’ Choice” award and won the BBC Sound of 2008 poll. Her debut album, 19, was released in 2008 to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It is certified seven times platinum in the UK, and three times platinum in the US. The album contains her first song, “Hometown Glory”, written when she was 16, which is based on her home suburb of West Norwood in London. An appearance she made on Saturday Night Live in late 2008 boosted her career in the US. At the 51st Grammy Awards in 2009, Adele received the awards for Best New Artist and Best Female Pop Vocal Performance.

https://en.wikipedia.org/wiki/Ad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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