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공부의 원칙들 (4): 어휘 수집가 & 큐레이터가 되어봅시다!

단어공부의 네 번째 원칙은 ‘수집가가 되자’는 슬로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수집가가 되는 어휘공부는 특정한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를 외우거나 어휘집을 사서 외우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어를 모으는 기준을 자기 자신이 정한다는 점입니다. 주어지는 어휘를 수동적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어휘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꿰는 ‘어휘 큐레이터(vocabulary curator)’가 되는 것입니다.

세 가지 예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재미난 짝궁단어 모으기입니다.

오래 전 글을 읽다가 ‘strike a balance’를 보았습니다. 순식간에 든 질문은 ‘strike는 ‘때리다’라는 의미인데 ‘balance’와 같이 쓰이네?’였습니다. 사전을 찾고 검색을 해보니 ‘균형을 잡다’라는 의미로 빈도수가 상당히 높은 표현이더군요. 그래서 이후 조금 특이한 연어(짝꿍이 되는 단어들)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그중 몇 가지 예입니다.

  1. strike a balance

균형을 맞추다 – 균형을 ‘맞춘다’고 할 때 strike가 자주 사용됩니다. 이걸 보니 사람들의 동의나 공감을 일으킨다는 뜻을 가진 ‘strike a chord’라는 표현이 떠오르더군요.

  1. bat an eye

‘눈을 깜빡이다’혹은 ‘깜짝하다’는 의미로 bat을 사용합니다. 특히 ‘without batting an eye’ 라는 형태로 자주 등장하더군요. 우리말 ‘눈 하나 깜짝 안하고’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입니다.

  1. cut a deal

‘딜을 성사시키다’라는 뜻으로 ‘cut’을 자주 쓰는데 자칫하면 딜을 깨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테잎 커팅’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딜이 깨지는 게 아니라 이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a friendly fire

여기에서 ‘friendly’는 친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군의, 우리편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a friendly fire는 아군이 쏜 총탄을 의미합니다. 처음 이 표현을 보았을 때는 ‘친근한 총격’이라는 직역에서 ‘아군의 엄호’라는 뜻이라 추측했었는데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1-2차 대전 당시 아군의 총격으로 죽은 군인이 상당수 되었다고 하네요.

  1. a standing invitation

Invitation 중에서도 ‘언제 와도 좋다’는 의미를 함축한 초대를 ‘a standing invitation’이라고 합니다. 초대장의 유효기간이 없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전치사 뒤에 전치사가 오는 경우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전치사 다음에는 명사(구)가 온다”고 배웠습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명사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하지만 예외도 있는습니다. 아래와 같이 from 다음에 전치사구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처음 ‘from under the table’이라는 표현을 접하고 나서는 비슷한 표현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예들입니다.

  1. “책상 밑에서” 라고 하면 from under the table
  2. “책상 뒤편에서”라고 하면 from behind the table
  3. “길 저 쪽에서부터” 라고 하면 from down the road
  4. “담장 반대편에서” 라고 하면 from across the fence
  5. “의자 뒤에서” 라고 하면 from behind the chair
  6. “세계 각지에서”라고 하면 from around the world

세 번째 컬렉션에는 ‘미술용어의 화려한 변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맨 처음 저의 주의를 끈 것은 ‘etch’의 또다른 의미였습니다. 중고교 시절 ‘에칭’이라는 용어를 배웠는데  ‘새기다, 에칭하다’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비유적으로는 “뚜렷이 드러나다”라는 뜻을 갖고 있더군요.

그래서 “Frustration was etched on the father’s face. His daughter was still missing and his life was miserable.”라고 하면 “아버지의 얼굴에는 좌절의 기색이 뚜렷했다. 딸은 여전히 행방불명이었고, 그의 삶은 비참했다.” 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새겨져 있으니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것입니다. 이후에 미술 관련 용어들을 만날 때마다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아래는 그 결과입니다.

  1. Canvas는 캔버스라는 뜻 외에 “유화”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The old artist’s canvases are unbelievably pleasant. 노화가의 유화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쾌하다.

권투 등의 링의 바닥도 canvas 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kiss the canvas 라고 하면 바닥에 완전히 쓰러진 것을 한다고 하네요. 링에 키스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종종 술을 과하게 먹은 친구들이 이런 경험을 한다고 하더군요.

  1. Brush는 붓 혹은 ‘쓸다’ 등의 의미가 있는데, “여우 꼬리” 혹은 “스쳐 지나가다”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The angel brushed the man. How tragic! 그 천사는 그 남자를 스치듯 지나갔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brush by 라고 하여 ‘by’를 붙여 표현하기도 합니다. ‘by’가 옆을 스쳐간다는 느낌을 더해주네요.

  1. Sketch는 스케치 혹은 개요라는 뜻 외에 “(텔레비전・극장 등에서의) 촌극”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예문이 가능하지요.

The comedians did a sketch about three men living together in a dorm room. 그 코미디언들은 기숙사 방에서 같이 살고 있는 세 남자에 관한 촌극을 공연했다.

  1. Gallery는 (미술품)갤러리라는 의미 외에 “(극장에서 가장 표 값이 싼) 최상층 관람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광산이나 지하 동굴의) 수평 갱도”라는 뜻이 있는데, 꽤 낯선 뜻이었습니다. 좁고 긴 통로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gallery의 의미(좁고 긴 방)와 통하는데, 골프를 보러 온 관객들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갤러리라 불리는 것 같습니다.
  2. Craft는 공예라는 뜻 외에 ‘배’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뜻이 있었나?’ 싶기도 한데, 여기에서 aircraft와 같은 단어가 나온 듯하네요. 그래서 a landing craft라고 하면 뭍에 오를 수 있는 상륙선을 말합니다.
  3. Portrait는 인물화라는 뜻 외에 “(상세한) 묘사”라는 뜻으로 종종 쓰입니다. 그래서 회화 뿐 아니라 문학이나 영화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쓸 수 있죠.

예를 들어 “The movie is a poignant portrait of an unemployed man’s life in Seoul.”이라고 하면 ‘그 영화는 실직한 남자의 서울 생활을 통렬하게 그려내고 있다.’라는 뜻이 됩니다.

  1. Palette는 회화도구인 팔레트를 가리킬 수도 있지만, 화가가 쓰는 색조를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Purples and oranges are the artist’s favorite palette.

그는 자주와 오렌지색 계열을 가장 즐겨 쓴다.

  1. Texture는 직물의 감촉이나 질감을 의미하지만,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촉감 즉 식감을 의미하기도 하고, 예술에서 여러 요소들의 조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I could appreciate the rich texture of the new interpretation of the sonata 소나타의 새로운 해석에서 여러 요소들의 풍부한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상에서 ‘큐레이터’가 되어 어휘를 수집했던 경험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재미난 짝궁단어를 모으고 전치사 뒤에 전치사가 나오는 표현 기록하며 색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어휘들 정리하는 전략을 통해 재미있는 어휘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공부했던 한 학생은 ‘마인크래프트 영어메뉴 통달하기’를 주제를 잡았었죠.여러분들은 어떤 기준으로 어휘를 수집하고 큐레이션해 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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