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학습을 위한 원칙 (1):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영어 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꾸준히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한국 상황에서 업무상 영어를 써야만 하는 직군을 제외하면 굳이 영작문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작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꾸준히 영어로 글을 써낼 동력이 되진 못하는 것입니다.

영어 쓰기에서 종종 언급되는 개념으로 ‘글쓰기 막힘(writer’s block)’이 있습니다. 무언가 쓰려고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 머리가 온통 하얘지면서 아무 말도 꺼내놓을 수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커서는 깜빡이고 시간은 지나갑니다. 아무리 생각을 짜내보려 애써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점점 더 조바심이 납니다. 이런 상황, 익숙하신가요?

글쓰기 막힘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려고 하는데, 정작 정리하고 발전시킬 생각 자체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많은 생각과 독서가 필요합니다. 생각을 나누는 대화도 도움이 됩니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글쓰기 이전에 풍부한 생각의 꺼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창한 글이나 학술논문을 쓰려는 것도 아닌데 쓰기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몇 가지 루틴(routine) 즉, 쉽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쓰기 전략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짧은 글을 자주 쓸 수 있도록 돕는 쓰기 도구를 마련하는 것인데요. 작은 습관을 쌓아 본격적인 글쓰기 근력을 키우는 전략입니다.

우선 긴 글을 쓰려고 하지 마시고 짧은 글부터 써보시면 좋겠습니다. 실천하기 쉬운 네 가지 영어글쓰기 전략을 공유합니다.(1) 단어 나열하기: 일정한 소재를 던지고 단어를 나열해 보는 것입니다. 아래 예를 보시죠.

나를 정의할 수 있는 형용사 세 가지.

내가 사랑하는 단어 세 가지.

나와 내 친구 OO의 공통점 세 가지.

 

단어의 나열에서 끝나면 영작문이라 볼 수 없겠지요. 그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을 덧붙이면 짧은문단이 될 수 있습니다. 대략 이런 구조입니다.

 

내가 왜 이 세 단어로 설명되냐고요? 그건 ~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이 세 단어를 사랑하게 되었냐고요? 그건 ~와 같은 사건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친구와 내가 이렇게 닮았냐고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첫째는 …이고, 둘째는 …이고, 마지막으로는 …입니다.

 

(2) 단어 바꾸어 쓰기

이번에는 글을 읽다가 마주친 어구, 문장, 속담, 노래 가사 등에서 단어를 바꾸어 보는 전략입니다. 문장을 살짝 바꾸어서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 것인데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괄호 안 설명은 단어를 바꾸게 된 동기입니다.

the good old days -> the bad old days (예전 좋았던 날들이 있으면 예전 안좋았던 날들도 있지.)

the best is yet to come -> the worst is yet to come (최선은 아직 오지 않았어. 하지만 최악도 아직 오지 않았어.)

mother tongue -> ‘grandmother tongue’ (모국어 (어머니의 말) -> ‘조모국어’라는 말은 없을까? 할머니가 쓰던 말은 어머니의 말과는 또 달랐거든.)

Money talks. -> Money devours. / Money dumbs. / Money silences. (돈이 말한다고? 돈은 다 삼키기도 하고, 사람들을 멍청하게도 하고, 침묵하게도 만들지.)

Lead, not follow! Follow, not try to lead! (사람들은 ‘따르지 말고 이끌라!’고 하는데 반대로 너무 이끌려고 하기 보다는 따르는 것도 필요한 거 같아.)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tired boy. All play and no work makes Jack a fun boy. All play and no work makes Jack a poor boy. (일만 하고 안놀면 잭이 재미없는 아이가 된다고 하는데, 일만 하고 놀지 않는 것의 더 큰 문제는 피곤하다는 것 아닐까? 반대로 놀기만 하고 일을 안하면 재미난 애가 될 수도 있어. 물론 일 안하고 놀기만 하면 가난해질 수도 있겠지?)

This too shall pass. -> This too shall pass, but that shall stick persistently.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이 또한 지나갈 건데, 저건 끈질기게 들러붙겠지? 삶은 알 수 없는 것 같아.)

(3) 짧은 ‘비망록’ 쓰기

영작문을 가르칠 때 첫 시간 활동으로 6단어 비망록(six word memoir) 쓰기를 하곤 합니다. 딱 여섯 단어를 가지고 자신을 표현하는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헤밍웨이가 썼다고 전해지는 하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은 되지 않은 6단어 비망록을 보시죠.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판매합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

이 짧은 이야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아마도 굉장히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헤밍웨이의 여섯 단어 비망록은 짧은 글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길고 거창한 글을 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됩니다. 여러분 자신의 ‘여섯 단어 비망록’을 지금 써보시면 어떨까요? 인생의 시기별로, 기억에 남는 사건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다양한 비망록을 써보시면 어떨까요? 6단어 비망록으로 시작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열 단어 비망록을 쓰실 수도 있겠죠. 조금만 발전시키면 ‘10단어 전기’나 ‘15단어 평론’을 써보는 것도 가능하겠고요.

(4) 스스로 글감 생성하고 답하기

단어 나열하기나 바꾸기, 여섯 단어 비망록 등을 써보았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문단 쓰기를 시도해 볼 차례입니다. 사실 이때 다른 사람이 부과한 글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써보고 싶은 소재를 찾아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마음에서 솟아나는 이야기일 때 영어로도 잘 쓰고 싶어지거든요. 제가 생각해 본 글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힘들었던 이별의 순간 (w/ 사람, 장소, 사물, 동식물 …)
  2. 황당했던 꿈 이야기
  3. 운명같은 우연
  4. 내가 ‘행운의 편지’를 쓴다면?
  5. 세상 가장 쓸쓸했던 날
  6. ‘오늘 하루 시력을 잃었다’
  7. 소설을 쓴다면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8. 세상 누구에게도 없는, 나 혼자 간직한 희망 혹은 소원

 

자 이상에서 영어 글쓰기를 시작하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살펴보았습니다. 흔히들“Start small. Scale up.”라고 말하더군요. 작게 시작하고 거기에서 점차 스케일을 키워가는 것이지요. 작지만 소중한 경험부터 꺼내 보세요. 그렇게 세상에 나온 글이 또 다른 글을 이끌어 내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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